지난 22일 경북 안동호에 90t급 고려목선 6척이 위용을 드러냈다.

아직 생나무 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목선은 길이 25m,폭 6m로 예상보다 큰 규모였다.

부산시가 폐선예정이던 오징어잡이배를 KBS가 무상으로 받아 1억7천만원을 들여 개조한 것.

간만의 차가 심한 서해안에서의 전투를 위해 배 앞머리를 편편하게 하고 뒷부분에 날개를 달았던 고려 선박을 고증을 통해 살려냈다.

이 목선들은 오는 12월7일부터 ''태조 왕건''의 해상전투에 투입된다.

KBS는 올초 제천 충주호에 한척의 고려목선을 띄웠으나 충주호 일대가 수자원보호구역으로 묶여있어 해상전투촬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김종선 PD는 "그 동안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었던 해상전투장면을 실제 선박들로 촬영할 수 있어 이전보다 훨씬 박진감 넘치는 화면을 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날 고려선박 진수식과 함께 열린 상량식에서는 안동 촬영장이 첫선을 보였다.

약 1만7천8백평 부지위에 세워진 세트장에는 고려 관아와 사옥 민가들이 들어선다.

안동시가 30억원을 들여 조성한 부지위에 KBS 아트비전이 건물들을 제작하고 있었다.

안동시는 내년부터 인근 지역에 흩어져있는 전통가옥들을 세트장 주변으로 옮겨와 국내 유일의 전통가옥박물관을 만들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들어선 태조왕건 세트장을 관광상품화한 문경시의 영향이 크다.

매년 50만명에 불과하던 문경의 관광인구는 드라마 촬영장과 연계한 관광상품으로 올 상반기에만도 2백만명을 돌파했다.

인기드라마의 촬영장이 지역경제활성화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이번 드라마 촬영장 건립을 적극 추진했던 정동호 안동시장은 "이 일대는 왕건이 견훤과 운명을 가르는 병산전투가 있었던 역사적인 장소라서 더욱 의미가 깊다"며 "유교문화권개발,하회마을 등의 안동관광화사업이 태조왕건 세트장건립을 계기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고 밝혔다.

KBS는 ''태조왕건''에 이어 앞으로 10년에 걸쳐 고려사를 드라마로 조명할 계획이며 촬영에 쓰이는 지방의 세트장과 선박들은 10년 후 지자체의 소유로 넘어간다.

안동=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