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자민련이 농가부채감축과 남북교류 관련법안 마련에 정책을 공조키로 합의,''한-자 동맹'' 가능성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나라당 목요상 정책위의장은 22일 오전 자민련 김종호 총재권한대행에게 전화를 걸어 "한나라당과 자민련간에 정책의 동일성을 찾을 수 있는 것이 많다"며 정책공조를 제안했으며,김 대행은 즉각 당 4역회의를 열어 이 제의를 수락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국회 농해수위 한나라당측 간사인 권오을 의원과 자민련 원철희 제2정조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만나 농가부채 문제를 중점 협의했다.

<>정책공조 배경=지난 7월 국회 교섭단체요건 완화와 관련된 ''밀약설''로 곤욕을 치룬 한나라당은 이후 자민련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검찰수뇌부에 대한 탄핵안 표결 시도 과정에서 자민련 일부 의원들이 협조하는 등 양당간 새로운 관계정립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한나라당측이 정책공조에 적극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양당이 남북관계 등 일부 현안에 대해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이런 기류를 형성하는데 일조를 했다.

때문에 양당은 이날 오후 회의에서 농가부채에 대해 한나라당이 지난 7월 제출한 ''농어업인 부채경감및 경영안정 특별조치법''을 기본으로 자민련측의 의견을 반영키로 손쉽게 합의했다.

한나라당안은 <>오는 2004년까지 만기도래하는 18조원 규모의 정책자금에 대해 2년간 상환을 연기하며 <>14조원 규모의 상호금융 금리를 현행 연 11~12%에서 5%로 낮추고 <>5년간 2조원규모의 농수산경영안정기금을 설치해 농어촌 부채문제에 대응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남북문제와 관련해서도 양당 모두 국회동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자민련은 남북교류협력사업에 대한 국회동의를 골자로하는 ''남북교류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제정 방침을 밝혔으며,한나라당도 남북협력기금을 1억원 이상 지원할 경우 60일 이전 국회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남북협력기금법''과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 제정을 제안해 놓고있다.

<>한.자 동맹 실현될까=이날 만남이 곧바로 ''한.자 동맹''으로 발전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자민련은 당분간 사안별로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오가며 ''캐스팅보트''역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와관련,김종호 대행은 "정책협의는 정치색깔과 관련이 없는 민생 문제이기 때문에 노선이 같으면 어느 당과도 협의할 수 있다"며 정책공조에 국한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양희 총무도 기자들과 만나 "검찰수뇌부 탄핵소추안 상정시 민주당은 물론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로부터도 탄핵안에 동의해 준다면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해 주겠다는 제의가 있었다"며 ''빅딜설''을 제기한후 "그러나 큰길을 가기위해 이를 모두 거절했다"고 소개했다.

한나라당 정창화 총무도 "국민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정책차원에서 공조하는 것이며 교섭단체 요건 완화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한.자동맹 여부에 관계없이 자민련이 민주당의 굴레를 벗어나 정치적 보폭을 한층 넓힐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형배.정태웅 기자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