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기업인수후개발)로 포장된 고도의 작전이었나,아니면 A&D 실험이 실패로 끝나 철수한 것인가''

바른손의 대주주였던 미래랩이 보유주식을 거의 다 처분하고 경영에서 손을 뗐다.

인터넷제국 건설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매입했던 주식을 불과 6개월만에 전격적으로 팔아치운 것.

미래랩측은 현실적인 한계에 부닥쳐 A&D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증권가 일각에선 작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미래랩은 지난달 6일 보유주식 2백5만주(지분율 10.6%)를 장내매각한데 이어 이달 9,10일 이틀동안 2백38만주(12.3%)를 추가로 처분했다.

남은 주식은 44만주(2.3%)뿐이다.

지난 5월29일 고제(주) 등으로부터 장외에서 주식을 인수한지 6개월만에 거의 모든 주식을 털어버렸고 최대주주는 바른손의 CB를 인수했던 외국계 펀드 코리아인핸스트(12.99%)로 바뀌었다.

미래랩은 이 과정에서 3백억원대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증권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미래랩이 처음 지분을 인수할 당시 8백만주(액면 5백원 환산)의 주당 취득단가는 7백50원.그 뒤 주가가 폭등했고 최근 처분시 주가도 취득가보다 훨씬 높은 6천원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각차익이 상당하다는 계산이다.

이같은 사정을 감안할 때 부실기업 주식을 인수한후 A&D라는 재료를 흘리면서 주가를 띄운 다음 주식을 팔고 나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실제로 증권업협회는 이미 바른손에 대한 주가조작혐의를 포착,금융감독원에 이첩한 상태다.

하지만 미래랩측의 해명은 완전히 다르다.

유가증권신고서 제출 과정에서 기업인수가 번번이 좌절되면서 바른손을 통한 A&D가 불가능해졌다는 것.

따라서 새로운 파트너인 휴먼컴과 신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바른손 지분을 매각했다는 설명이다.

미래랩은 "지난 4월 홍콩에서 외국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전환사채(CB) 1천만달러어치를 발행한 적이 있다"며 "CB인수자들이 신규사업에 반대할 가능성이 있어 바른손 지분을 매각해 CB를 되샀다"고 설명했다.

미래랩은 "휴먼컴이 보유한 CB 등을 합할 경우 바른손에 대한 지분은 3백27만주 정도가 된다"며 "앞으로 투자자의 입장에서 바른손을 돕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랩의 주식매각과 관련한 향후 이슈는 매각차익 반환 부문이다.

증권거래법 188조는 대주주가 주식을 매수한 후 6개월 이내에 매도할 경우 차익을 해당법인에 반환토록하고 있다.

미래랩이 최초로 주식을 보유한 시점은 지난 5월29일이며 주식 매각시점은 10월과 11월이다.

증권업협회 관계자는 "6개월 이내에 주식을 매각한 만큼 차익이 있다면 회사에 반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바른손은 외국인 M&A전문가 2명을 영입하는 등 독자생존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바른손 관계자는 "미래랩의 지분 축소로 향후 경영은 코리아인핸스트가 맡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정석 미래랩사장,최성민 바른손 부사장 등 미래랩 사람들은 바른손 경영에서 손을 떼지만 전문경영인인 임호석 사장은 그대로 바른손에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후임으로 4명의 이사진이 선임될 예정이며 이중 2명은 외국인 M&A 전문가와 미디어 및 콘텐츠 분야의 전문가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