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9일 국회 정당대표연설을 통해 현 상황을 총체적 위기로 규정한 후 김대중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를 촉구하는 등 강도 높은 공세를 폈다.

이 총재는 국정전반의 난맥상이 신뢰상실, 1인통치, 지역편중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특히 ''인치(人治)''에 의존함으로써 작금의 정치와 경제혼란을 가져 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총재는 "경제살리기가 최우선 국가과제"라고 강조하고 기업퇴출, 공적자금 문제 등의 해법도 제시했다.

◆ 구조조정 장기과제 삼아야 =이 총재는 "1년반 만에 국제통화기금(IMF) 졸업과 경제위기 완전극복을 치적으로 자랑하고 싶어한 이 정권의 조급함과 오만함이 경제를 그르쳤다"고 진단했다.

그는 구조조정과 관련, 미국경제의 경우 20년 가까운 구조조정 끝에 신경제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며 앞으로 10년 이상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는 대형부실기업 구조조정방식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총재는 또 ''11.3 기업퇴출''을 실망스러운 것이라고 평가하고 "시장이 주목하고 있는 대형부실에 대해 정부가 분명한 원칙에 따라 처리하지 않고 기업을 상대로 흥정이나 하려고 한다"고 질타했다.

◆ 공적자금 ''깨진 독에 물붓기'' =이 총재는 모든 금융부실을 전부 공적자금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무책임할 뿐 아니라 시장경제의 자생력을 오히려 위축시키는 발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과거에는 ''대마불사''가 대표적인 도덕적 해이였다면 지금은 ''공적자금을 더 많이 쓰고 보자''는 것이 대표적 도덕적 해이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이어 "그동안 수차 약속한대로 우리당은 필요한 공적자금을 적시에 투입할 수 있도록 정부가 추가조성안을 제출하면 이에 동의할 것"이라며 관치금융청산특별조치법, 부패방지법, 공적자금관리특별법, 국가채무축소와 재정적자감축 특별법 등의 제정과 함께 공적자금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 방침을 밝혔다.

◆ 한반도 긴장완화 선행돼야 =이 총재는 남북관계 분야에서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완화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군사적 상호신뢰구축 조치 △대량살상무기 문제해결 △병력의 후방이동 등을 선결과제로 제시했다.

이 총재는 "과도한 대북지원으로 우리 경제에 부담을 주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면서 "현대그룹의 위기도 금강산 투자 등 대북사업에서 기인했고 이것이 다시 우리경제의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 의약분업 교육개혁 재검토 =이 총재는 의료대란사건을 현 정권의 오만함과 무능함의 대표적 사례로 꼽은 뒤 "집단의 주장에 끌려다니지 말고 국민과 환자의 입장에서 약사법 개정문제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원의 정년단축으로 인한 교원수급 문제와 관련, 이 총재는 교원의 정년을 재조정하는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하고 교원연금과 관련한 합리적 대안도 제시하겠다고 약속했다.

◆ 기타 =이 총재는 지방경제와 관련, 특히 지역별 균형을 고려해 필요한 SOC 건설사업을 앞당겨 시행함으로써 위기에 처한 지방건설업부터 지원할 것을 요구했다.

김형배 기자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