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업계에 인수합병(M&A)과 전략적 제휴 바람이 거센 가운데 나홀로 노선을 걷고 있는 기업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연간 2백3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세계 9위의 일본 혼다자동차가 화제의 주인공이다.

혼다가 M&A에 휩쓸리지 않으며 독자생존이 가능한 이유는 간단하다.

경쟁업체보다 품질이 좋은 차를 보다 저렴한 가격에 시장에 내놓기 때문이다.

최근 출시된 2001년형 뉴시빅이 혼다의 저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차량이다.

이 차는 혼다만의 독특한 생산시스템인 ''플렉서블(flexible) 매뉴팩처링 시스템''을 통해 전세계 12개 공장에서 동시에 생산됐다.

이 시스템은 기존의 특화된 생산라인과 달리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여러 종류의 자동차모델을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이 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은 혼다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로봇을 이용,조립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줄인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게 신모델을 재빨리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는 것도 이 시스템의 장점이다.

혼다가 GM 포드 도요타 등 경쟁업체보다 한발 앞서 신형차를 빨리 시장에 선보이고 있는 것은 이 시스템 덕분이다.

대부분의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로서는 혼다보다 더 빨리 모델 체인지를 할 수 있는 자동차회사가 없다는 데 동의한다.

세계자동차 공장들의 효율성을 집중 분석한 ''하버 리포트''의 저자로 유명한 자동차시장 전문가인 론 하버는 "혼다의 기술력은 세계자동차 메이커 어느 누구도 쉽게 따라가지 못할 수준으로 성장했다"며 혼다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한다.

다임러크라이슬러와 도요타자동차는 혼다의 이같은 강점을 벤치마킹하고 있을 정도다.

요시노 히로유키 혼다 사장은 "로봇이 부품 조립을 맡으면서 과거보다 비용을 40% 가량 줄일 수 있었으며 불량제품 발생률도 크게 떨어졌다"고 자랑한다.

신기술 등 연구개발에 대한 회사의 과감한 투자도 혼다를 M&A의 위협으로부터 굳건하게 지켜주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세계자동차 시장에서는 6∼8개의 거대 메이커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어 세계 9위의 혼다도 내심 초조해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혼다는 생산비를 줄이고 신모델 개발기간을 더욱 단축시키는 데 회사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