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생부''가 공개됐다.

증시는 하루종일 ''살생부''의 눈치를 보다 결국 4일 연속 오름세를 지켰다.

외국인은 9백18억원 어치의 매수우위를 지키며 5일 연속 ''사자''행진을 벌였고 거래량도 이틀 연속 4억주를 넘었다.

증시전문가들은 기업퇴출이 모멘텀을 제공한 것은 사실이나 상승세를 견인할지는 더 두고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퇴출절차가 제대로 진행되는지 여부가 향후 장세의 열쇠라는 것이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그러나 600선까지는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차퇴출에 대한 평가=''미흡하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동아건설을 퇴출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구색을 맞추려는 의지는 엿보였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전체적으론 미흡했다"고 말했다.

장 사장은 "현대건설을 ''조건부''로 살린다면 조건이행을 빈틈없이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일말의 불확실성이 제거된 것은 다행"이라면서 "다만 현대문제 처리가 어정쩡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필요하다면 추가 공적자금을 서둘러 조성해 말라가는 자금시장을 해갈시켜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노무라증권 주환 이사는 "현대건설 처리문제가 하루 종일 주가의 방향성을 좌지우지했다"고 지적했다.

◆98년퇴출과 닮은점,다른점=지난 98년 6월18일의 1차 기업퇴출과 이번 퇴출발표 전후의 증시 사정은 사뭇 다르다.

98년 당시에는 경기가 바닥권을 확인한 후 반등을 모색하는 시기였다.

지금은 정점을 찍고 하강국면에 진입해 있는 상태다.

또 국제유가와 미국경기 등 해외변수도 2년전과는 딴 판으로 악화된 상태다.

게다가 미국증시와의 동조화도 굳어져 있다.

''대어''가 몇개 끼여있기 때문에 은행권의 충당금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따라서 증시에 ''보약''이 될 것으로 믿었던 퇴출발표 ''약발''이 약화될 수도 있는 것으로 우려된다.

다만 발표직전 급반등한 것은 2년전과 닮은 모습이다.

대우증권 이종우 연구위원은 "기술적으로 하락추세속에 퇴출기업이 발표된 게 닮은 꼴"이라며 "98년에는 퇴출기업 발표후 6개월간 박스권장세가 이어진 뒤 상승기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98년을 답습한다면 2차퇴출기업 발표로 하락추세를 벗어나 ''기간조정''에 들어갈 수 있다는 가설이 가능하다.

◆향후 주가전망은=LG증권 황창중 팀장은 "거래량 증가추세가 이어진다면 600선을 뚫고 650∼700선까지 2차 상승할 수 도 있다"고 말했다.

노무라증권 주 이사는 "퇴출기업 발표란 모멘텀이 상승세반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미국시장 안정,외국인 순매수가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KTB자산운용 장 사장은 "구조조정이 당장 실물경제에는 부담이 되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매수기회로 삼고 있다"며 "구조조정의 강도가 분명하면 하락장에선 탈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 사장은 "600까지는 지수관련 대형주가,그 이후에는 경기방어주가 장세를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궁덕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