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에서는 갖가지 은어와 조어가 난무한다.

우량주를 의미하는 보통명사로 사전에까지 등재된 ''블루칩''이 대표적인 월가 언어다.

월가의 은어 중에는 ''스마트 머니''란 말도 있다.

''벌이가 될 법한'' 투자대상을 엄정하게 가려내 실적이 우량한 주식 등만 쫓아다닌다는 의미에서 ''똑똑한 돈''으로 불린다.

''주식 투자의 교과서''로 불리는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 귀재 워런 버핏 등이 스마트 머니를 운영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들이 굴리는 돈은 그러나 한때 ''스마트 머니''라는 이름표를 붙이기 곤란한 지경에 몰린 적도 있다.

미국증시가 ''신경제 활황''에 들떠 있던 지난 몇 년 동안 투자자금이 수익을 내기는 커녕 큰 폭의 마이너스 실적을 냈던 탓이다.

버핏이 운영하는 버크셔 해서웨이사의 주가는 작년 하반기에만 40% 이상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주가가 맥없이 무너졌던 것은 이 회사가 신경제 주식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제조업 등 전통 업종의 우량 주식들에만 매달렸기 때문이었다.

버크셔사는 인터넷과 바이오테크 등 ''신경제'' 주식들을 언젠가는 거품이 꺼지고 말 ''포말(泡沫)주식''으로 간주하고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면도기회사 질레트와 코카콜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 구경제 주식들만을 상대하는 ''고집''을 부렸다.

이런 전략은 일견 융통성없는 외곬으로 비쳐졌다.

신경제 주식들이 천정부지의 상승행진을 하는 동안 ''전통 우량주''들은 도리어 뒷걸음질쳤던 탓이다.

이들의 정석 투자전략이 ''헛발질''을 했던 것과 달리 ''닷컴'' 등 신경제 주식에 앞다퉈 몰려든 다른 대부분의 기관투자가와 일반 투자자들은 짭짤한 재미를 봤다.

그러는 사이 월가에서는 새로운 조어가 슬며시 등장했다.

의미가 바래진 ''스마트 머니''를 대신한 ''덤(dumb) 머니''라는 용어였다.

말 그대로 ''귀가 먼'' 돈을 가리켰다.

이것저것 소심하게 따지지 않고 테마 주식에 과감하게 뛰어드는 ''통큰 돈''들을 지칭하는 신조어였다.

''덤 머니''를 운영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뭘 잘 몰라서 용감한'' 신출내기 투자자들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야후 AOL 아마존 등 닷컴 주식들에 무더기 투자하면서 ''대박 성공담''을 양산했다.

그러나 이들의 성공 신화는 오래 가지 못했다.

지난 4월을 고비로 ''닷컴 거품''이 꺼지면서 신경제 주식들은 줄줄이 폭락세로 돌아섰다.

개별 종목에 대한 정밀한 연구와 분석을 생략한 채 시류에 편승했던 다수 투자자들은 ''멍텅구리 돈''을 굴렸다는 비아냥 속에서 깡통을 차는 신세로 전락했다.

일장춘몽에서 깨어난 월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대공황 직전인 20년대와 요즘의 상황을 비교하는 이야기도 나돌고 있다.

20년대 당시에도 자동차와 라디오 등의 ''첨단 기술산업''이 세계경제를 획기적으로 진보시킬 것이라는 믿음이 투자자들을 사로잡았고, 그에 힘입어 라디오 코프(Radio Corp)와 제너럴 모터스 등 ''신경제'' 기업들의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았지만 궁극적으로 살아남은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일 뿐 대부분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닷컴 홍역''을 톡톡히 치른 월가 투자자들은 적자생존이라는 ''다위니즘''이 증시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는 깨달음에 새삼 무릎을 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