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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감시대] (203) 제2부 : IMF시대 <5> 증오심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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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홍상화

    백인홍이 불꺼진 컴퓨터실 문을 살며시 열고 몸을 안쪽으로 밀어넣었다.

    그는 컴퓨터실 어딘가에 있을 두 사람의 인기척에 귀를 기울였다.

    먼저 소주 냄새가 그의 후각을 자극했다.

    동시에 누군가의 코고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그곳에 시선을 보냈다.

    어둠 속에서 소주병을 들고 누워 있는 자의 윤곽이 시선에 잡혔다.

    또다른 강한 냄새가 그의 후각을 긴장시켰다.

    석유 냄새였다.

    컴퓨터실 바닥에 석유가 뿌려졌을 확률이 컸다.

    갑자기 강한 손전등 불빛이 백인홍의 얼굴을 비추었다.

    그는 손으로 눈을 가렸다.

    동시에 "누구요?" 하는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이 회사 사장이오" 백인홍이 불빛이 발산하는 앞쪽을 향해 소리쳤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백인홍은 서서히 손전등 불빛을 향해 공기총을 겨누었다.

    "내 손에는 지금 강력한 공기총이 있어.멧돼지도 한방에 거꾸러뜨릴 수 있지" 백인홍이 말했다.

    "총을 바닥에 놓으시오" "안 놓겠다면.." "지금 바닥에 석유가 뿌려졌소.라이터를 켜서 대기만 하면 순식간에 불바다가 될 거요.

    다섯을 세겠소.하나.

    둘.셋.."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철컥"하는 소리가 들려오며 라이터 불빛이 손전등 옆에서 켜졌다.

    그 불빛에 그자의 얼굴이 드러났다.

    백인홍은 그자가 김명희의 동생임을 직감했다.

    백인홍이 공기총을 바닥에 놓았다.

    "당장 위장폐업을 취소하시오" "이것은 위장폐업이 아니야.진정한 폐업이지.나는 이미 인격살인을 당한 사람이야.사업을 더이상 할 수 없어" "무엇이 인격살인이란 말이오?" "여성근로자의 신변이 위험하다는 얘기는 인격살인이야.전혀 사실이 아니야" 라이터 불과 손전등 불이 꺼지고 컴퓨터실 안은 암흑과 함께 정적이 찾아왔다.

    백인홍이 손으로 벽을 더듬어 스위치를 켰다.

    컴퓨터실이 환해지면서 앞쪽에 라이터와 손전등을 들고 서 있는 자의 모습이 보였다.

    "당신 김명희 동생 맞지?" 백인홍이 소리쳤다.

    "김명희는 내 누이가 아니요.

    그 여자는 창녀예요" 김경식이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왜 창녀야? 네가 대입 삼수 하는 동안 내내 학비 대준 누이를 창녀라고?" 백인홍이 빈정거리듯 말했다 "자본주의 주구들과 놀아나고 있어요" "뭐라고? 다시 한번 말해봐" 백인홍이 김경식 쪽으로 가며 소리쳤다.

    "창녀예요,더러운 창녀라고요" 김경식이 다시 소리쳤다.

    백인홍은 두 컴퓨터 옆에 서 있는 김경식 쪽으로 뛰어갔다.

    김경식이 뒷걸음질치면서 라이터 불을 당겼다.

    백인홍이 그 자리에 섰다.

    "당신이 라이터를 던지면 이 회사는 끝장이야.노동자는 실업자가 되고 나는 해방되는 거지.해방은 바로 내가 원하는 거야" 백인홍이 그의 앞으로 다시 다가가며 말했다.

    그의 앞에 선 백인홍은 그의 손에 들린 라이터를 낚아채 뒤로 멀리 던졌다.

    그런 다음 김경식의 목덜미를 향해 왼손을 올리려다가 신음을 토해냈다.

    그의 왼팔이 부상당했음을 깜박 잊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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