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만 본다면 무척이나 사고 싶은 시점인데..."

투신사 펀드매니저들에게서 터져 나오는 한숨이다.

주가는 형편없이 싸졌으나 기관의 매수여력은 신통치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27일 투신사를 포함한 국내 기관들이 이틀 연속 순매수했지만 시장수급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프로그램매수(선물매도 현물매수)에다 국민연금으로부터 받은 자금을 투입한 반짝 효과만 났다.

주가가 싸다고 적극 사들일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국내 시장여건이 불안해 시중자금이 유입되지 않는데다 5천억∼6천억원에 달하는 뮤추얼펀드 청산물량, 프로그램매도물량까지 쏟아져 나올 수 있어 조심스러워 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 기관 순매수 배경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26일 4백21억원어치를 산데 이어 27일 8백4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증권사가 5백17억원, 투신사가 5백64억원을 순매수했다.

증권사의 경우엔 대부분 프로그램매수분이며 투신사는 국민연금 자금, 프로그램매수분이 뒤섞였다.

프로그램매수분은 언제든지 프로그램매도(선물매수 현물매도) 물량으로 쏟아질 수 있어 수급개선에 도움이 안된다.

이날 장마감무렵 프로그램매도물량이 갑자기 3백억원어치나 흘러나와 반등세를 하락세로 돌려 세운게 좋은 예다.

◆ 산다면 얼마나 살 수 있나 =윤성일 한국투신 주식운용부장은 "주식형 수익증권 주식편입한도중 약 80%가 차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종합주가지수가 500선 아래로 떨어져 싸게 살 기회가 생기더라도 하루 최대 1백억∼2백억원 정도 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보험사는 한동안 주식을 사모았다.

전체 자산의 약 10% 정도를 주식에 투자해 다소 기대해 볼만한 국내 기관이다.

하지만 "주식편입비율을 대폭 늘릴 만큼 향후 주가에 대해 자신이 없다"는게 그쪽 사정이다.

증시부양을 위해 국민연금이 1차로 6개 투신사에 나눠준 자금은 어떨까.

총규모는 3천억원.

이날 일부 투신사는 이 자금으로 주식을 매수했고 일부는 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일투신운용의 김성태 주식운용팀장은 "6백억원을 받았으나 한주도 사지 않았다"고 말했다.

굳이 주가가 오르는 날 살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

내릴 때마다 조금씩 매수에 들어간다는 전략을 세워 놓았다.

"주식편입한도가 60%이고 한달내에 주식을 사서 채워 놓으면 되는 탓에 한도껏 사면 3백60억원 정도의 매수여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 전망 =김 팀장은 "국내 경기둔화, 미국주가 불안, 현대그룹문제 등 변수가 너무 많아 기관들이 자신없어 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의 에비 코헨, 바톤 빅스 등 내로라하는 투자전략가들조차 미국주가 향방을 엇갈리게 볼 정도로 향후 증시향방을 점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국민연금 자금으로는 시가총액이 큰 종목을 우선 매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투운용의 윤 부장도 같은 생각이다.

반등장에선 대형 우량주가 상승폭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