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 사장은 벤처기업가인가 아닌가''

정현준 게이트가 뉴스의 초점이 된 직후 벤처기업 사장 3명과 식사를 함께 했다.

식사 중 화제는 단연 정현준이었다.

A사장이 먼저 말을 꺼냈다.

"한국디지탈라인 사건으로 벤처기업가들을 도매 값으로 도마 위에 올리는 건 문제다.

일부 언론에선 이번 사건을 벤처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에서 비롯된 것처럼 지적하는데 잘못이다.

그는 벤처기업가가 아니다.

머니게임에만 몰두한 사이비 벤처일 뿐이다"

A사장이 흥분하자 B사장이 "꼭 그렇진 않다"며 받았다.

그는 농담 조로 "정 사장이야말로 어쩌면 이 시대의 진정한 벤처기업가"라고 주장했다.

논리가 재미있었다.

첫째,정 사장은 벤처의 본질인 ''고위험-고수익''에 충실했다는 것."창투사 등 제도권 자금을 안쓰고 고리의 사채자금을 끌어다 쓴 것부터가 모험이다.

그걸 종자돈으로 한때 대박을 터뜨렸으니 성공벤처의 전형을 보여준 것 아닌가"

둘째,그가 10여개의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금융기관,심지어 고급 술집까지 인수해 ''벤처생태계''를 형성했다는 점."정 사장은 한국디지탈라인을 시작으로 디지탈임팩트 평창정보통신 등을 인수해 인터넷 왕국을 꿈꿨다.

상호신용금고를 사들여 금융업에도 진출했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 그는 독자적인 벤처생태계를 갖추려 한 것 같다. 벤처기업가다운 발상이다"

셋째,그가 만약 정·관계에 폭넓은 로비를 했다면 그거야말로 훌륭한 벤처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이란 얘기다.

"벤처기업이 성공하려면 다양한 네트워크가 필수적인데 그는 매우 적극적으로 이를 구축한 것이다" 다분히 반어법적인 설명에 좌중에선 실소가 흘러나왔다.

물론 정 사장이 벤처기업가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벤처기업은 과연 무엇이고,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벤처기업인들 스스로 자문해 볼 계기가 된 것만은 분명하다.

사실 벤처업계엔 연구나 사업보다는 머니게임에 더 치중한 제2,제3의 정현준 사장도 전혀 없진 않기 때문이다.

차병석 벤처중기부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