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뱅킹 이용자가 늘어나 비밀번호 유출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가운데 비밀번호 유출의 책임소재가 분명치 않은 경우 은행측이 고객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합의 19부는 17일 홍콩에 본점을 둔 A증권사가 "PC뱅킹을 이용해 은행과 거래하던 중 비밀번호가 유출돼 1억5천여만원의 예금을 인출당했다"며 신한은행을 상대로 낸 당좌계금지급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누구의 과실로 비밀번호가 누출됐는지 알수 없을 경우 그 입증책임은 은행에 있다"며 "특히 PC뱅킹과 같은 전자자금 이체제도는 은행이 비용절감 및 고객편의 등의 목적을 갖고 자체도입한 만큼 은행이 안전성을 확보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A증권사는 지난 95년 신한은행 무교동 지점에 당좌계좌를 개설한 뒤 PC뱅킹을 통해 거래를 해오다 이 계좌의 비밀번호 및 ID를 알게 된 강모씨와 공범 박모씨가 98년6월 계좌이체를 통해 1억6천여만원을 빼돌리자 "증권사측에서 비밀번호가 유출됐다는 증거가 없는 만큼 환수하지 못한 나머지 예금을 은행측이 물어줘야 한다"며 소송을 냈었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