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이 지난주 적대관계 청산과 새로운 관계수립을 선언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인 조명록 국방위 제1부위원장 겸 군총정치국장이 미국방문기간중(9~12일)에 50년숙원의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 것이다.

조 부위원장은 인민군 차수라는 계급과 직책이 보여주듯 북한 인민군의 최고 실세다.

각종 회담이나 현지지도 등에서 김 국방위원장의 곁을 떠나는 적이 없어 "그림자 실세"로 통한다.

권력서열도 3위다.

조 부위원장은 방미기간중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에게 평양을 방문해달라는 김 국방위원장의 뜻을 전한 뒤 "내 임무는 끝났다"고 했다.

자신은 김 국방위원장의 심부름을 왔다는 얘기다.

그러나 클린턴 대통령 면담때 군복을 입고 백악관에 들어간 그의 이번 방미는 단순한 심부름 이상의 뜻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 가장 반미성향이 강한 군부의 최고 실세가 직접 미국과의 적대관계 해소를 천명,약속 이행의 보증수표를 발행한 셈이다.

이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김일철 인민무력부장,박재경 대장 등의 북한 군부 인사들이 남쪽에 와서 남북간 화해.협력의 전면에 나선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

군부가 대남.대미 관계개선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씻어버릴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내로 예정된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과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은 물론 북미간의 모든 관계에서 조 부위원장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