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정치.사회적 측면뿐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도 큰 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김 대통령의 임기가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자칫 나타날 수도 있는 레임덕(lameduck.지도력 약화) 현상이 이번 수상을 계기로 최소화될 수 있다는 점을 꼽고 있다.

집권 이후 줄곧 시행해 온 각종 경제개혁 작업들을 김 대통령이 앞으로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수 있는 힘과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특히 한반도를 바라보는 외국 투자자들의 시각을 긍정적으로 바꿔 놓을 전망이다.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는 외국인들에게는 언제라도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위험지역으로 인식됐었다.

그러나 이번 수상으로 최근 한반도에 일고 있는 평화 분위기가 더욱 고조되면서 한국을 향한 직.간접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경제연구원 황동언 연구위원은 "노벨평화상이 한반도에서 나왔다는 것은 이 지역에 대한 외국 투자자들의 인식이 급격히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대외신인도 측면에서 상당한 부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 투자자들이 한반도의 미래를 밝게 본다면 남북경협에 필요한 재원마련도 예상보다 수월해질 것이고 이 경우 남북경협의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한국의 이미지를 세계에 알리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메이드 인 코리아''의 위상을 세계인들에게 손쉽게 홍보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번 수상이 한국의 국가 신인도 향상으로 이어져 결국 국가 경쟁력을 한차원 높이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이경태 원장은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경제는 놀라울 정도의 회복을 보여 대외 이미지가 많이 좋아진 상태"라면서 "노벨평화상 수상은 이런 분위기를 더욱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번 수상을 통해 김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명실상부한 거물인사로 등장한 만큼 국내 정치도 좀더 대승적 차원에서 펼쳐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LG경제연구원 이윤호 원장도 "김 대통령의 리더십에 더욱 힘을 실어줄 수 있게 된 것이 이번 수상의 가장 큰 수확"이라고 평가했다.

당장에 눈에 보이는 경제적 성과는 없을지 모르지만 미래를 내다본다면 우리나라 경제에 큰 힘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고 이 원장은 강조했다.

일부에선 노벨평화상 수상이 경제적으로는 특별한 이득을 가져올 것이 없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한 관계자는 사회 전체가 들떠 부실기업 퇴출, 금융불안 해소 등 각종 경제 현안 등이 뒷전으로 밀려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중동에 전운이 감돌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등 경제여건이 더 나빠지고 있다.

이 관계자는 "김 대통령이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만큼 이제부터는 산적한 경제 현안을 최우선적으로 챙겨 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