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미국 나스닥에 등록한 이스라엘 기업 수는 1백여개.

미국, 캐나다 이어 세번째로 많은 숫자다.

도대체 무엇이 인구 6백만명인 이스라엘을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첨단 하이테크 국가로 변모시켰을까.

이에대해 이스라엘에서 만난 정부나 업계 관계자들은 제각각 우수한 교육기관, 구소련권 출신의 기술인력 유입, 벤처펀드의 뛰어난 운영기법 등 다양한 요인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이들이 한결같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게 있다.

바로 정보통신 산업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군대의 역할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스라엘의 하이테크 발전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군대의 영향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군대의 영향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30여년 전인 6일전쟁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스라엘이 아랍국들을 상대로 전쟁을 벌여 승리를 거두자 전투기,탱크의 주요 조달처였던 프랑스는 아랍국가를 의식, 더 이상 이스라엘에 무기를 팔지 않게 된다.

이로인해 일부 무기부품의 국산화를 추진하던 이스라엘 정부는 6년 뒤 욤키푸르 전쟁에서 막대한 피해를 입으며 본격적으로 국산전투기 생산계획인 라비(RAVI)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10여년간 지속되던 이 프로젝트는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80년대 중반 결국 중단되고 만다.

이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하이테크 엔지니어들이 직장을 잃고 시장으로 쏟아지게 된다.

이 시기에 배출된 엔지니어들의 전문분야는 ''전자산업의 꽃''이라고 불리는 전투기산업의 영향을 받아 무선통신, 레이더, 소재 등 첨단 정보통신 분야에 걸쳐 있었다.

"방위산업 분야에서 민간부분으로 쏟아져 나온 고급인력들은 하이테크 산업을 한단계 발전시키는 밑거름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됩니다"

곽동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텔아비브 관장의 말이다.

이스라엘 하이테크 기업들이 강점을 보이는 무선통신기술, 데이타보안, 이미지프로세싱, 식별.추적기술 등은 이때 기본적인 골격이 형성됐으며 ECI텔레콤, 길라트새털라이트네트웍스, 체크포인트 등 대표적인 기업들도 방위산업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미지 프로세싱 분야에서 독보적인 싸이텍스, 엘슨트의 기술도 방위산업에 바탕을 두고 형성된 것이다.

현재도 이 회사의 전자식 이미지프로세싱 기술은 군사용 최첨단 야간 투시장치를 만드는데 사용되고 있다.

체크포인트 같은 정보보호 부문도 군과 뗄수 없는 부문이며 주파수 압축, 주파수 도약처럼 이스라엘이 강한 부문도 방위산업에서 근원을 찾을 수 있다.

군대는 기술의 근원지 역할 뿐 아니라 첨단정보통신 인력의 산실로서의 기능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매년 전국 각지에서 컴퓨터, 과학 등에 재능이 뛰어난 고교 졸업생 30명 남짓을 뽑아 "탈피오트"라는 특별 훈련과정에 투입, 우수한 정보기술 인력들을 배출하고 있다.

야콥 나드보르니 IEI(이스라엘 수출공사) 하이테크기업 담당관은 "18세 이상의 모든 이스라엘 젊은이들은 군대에 가야 한다"며 "재능있는 사람들을 기술부대에 투입해 컴퓨터 등을 익히게 함으로써 양질의 하이테크 인력을 양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특별훈련은 6개월 동안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수학.물리학 등의 교과로 강도높게 진행된다.

훈련기간은 짧지만 미국의 캘리포니아공대나 MIT에 못지 않게 탄탄하고 짜임새 있는 교과과정을 자랑한다.

과정을 마친 훈련생들은 정보 부대 등에 배치돼 컴퓨터 수리에서부터 군사정보 프로젝트에 이르는 각종 관련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테크니온 공대를 졸업하고 정보부대에서 근무한 요시 코프만 모뎀아트 사장은 "군대에서는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할 수 있고 경영에 필요한 통솔력, 판단력 등을 기를 수 있어 실제 기업경영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이스라엘 군 출신 첨단산업 종사자들은 제대 뒤에도 돈독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소문나 있다.

군복무시에 알게된 미라빌리스의 창업자들이 4개월만에 ICQ를 개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훼일 커뮤니케이션스, 소프트링크 등의 창업자들도 군시절 인연을 맺었다.

텔아비브=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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