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9일 한나라당 이부영 의원(국회 정무위 소속)에게 제출한 국정감사자료는 올들어 시세조종행위가 극심했음을 보여준다.

금감원은 그동안 시장에 충격을 준다는 이유로 시세조종 조사결과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이번 국감자료를 통해 작전종목들이 낱낱히 드러났다.

<> 성행하는 작전 =올해 상반기는 작전이 기승을 부린 시기였다.

지난해 또는 지난 98년보다 작전이 더욱 횡행했다.

올 상반기 금감원이 작전혐의로 조사한 1백7건중 자체적으로 행정조치를 내리거나 자체종결한 건이 63건, 검찰에 넘겨진 경우가 35건이고 나머지 9건은 조사가 진행중이다.

지난해와 98년의 조사건수는 각각 1백80건과 1백37건이었다.

특히 증권업협회가 추적조사 매매심리 등을 통해 지난 8월21일까지 작전혐의종목을 금감원에 넘긴 건수가 36건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건수(22건)를 넘어서고 있다.

36건은 단순 시세조종(23건) 또는 미공개정보를 이용했거나 위장분산을 통해 시세조종을 한 케이스(9건) 등이 주류를 이룬다.

증권거래소 상장종목도 작전행위의 무풍지대는 아니었다.

지난 7월말까지 74건이 금감원에 넘겨져 지난해 전체건수(1백42건)의 절반을 넘어섰다.

상장종목을 상대로 한 작전은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내부자거래 등도 있지만 역시 시세조종이 대부분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작전행위자들이 시세조종을 할 때 가장 많이 쓰는 수법은 허수주문이었다"며 "체크단말기에 매수잔량이 많게 보이게 함으로써 투자자로 하여금 매수세가 왕성하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뒤 주문을 취소하는 수법"이라고 말했다.

<> 대구백화점의 사례 =지난 4월26일 대구백화점 우선주 작전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신모(29)씨 등이 쓴 수법이 시세조종의 대표적인 사례다.

신씨 등은 3단계에 걸쳐 시세를 조종했다.

먼저 상한가 또는 상한가에 근접한 고가 매수주문으로 적극적으로 대구백화점 우선주 등을 매집했다.

2단계로 매수의사가 없는 하한가 또는 하한가에 근접한 저가의 대량 허수주문으로 일반투자자들의 매수세를 유인했다.

다음 단계로 일반투자자들의 매수세를 이끈 다음 주가가 어느정도 올랐을 때 보유주식을 매도하는 수법을 썼다.

신씨 등은 이 과정에서 시세조종금지 소유주식보고의무 대량보유보고의무 등 증권거래법을 위반해 검찰에 고발됐다.

<> 늑장감독행정 =문제는 이같은 작전행위를 적발해 내는 감독시스템이 너무 더디다는데 있다.

작전세력은 날뛰는데 적발시스템은 게걸음이다.

1차적으로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증권시장이 각 시장에서 매매의 형태가 이상한 종목을 골라 금감원에 넘긴다.

금감원이 이들 종목을 모두다 조사해 검찰에 넘기는 것도 아니다.

일부 건수는 자체에서 처리하고 작전혐의가 명백한 경우에만 검찰에 고발한다.

증권거래법에는 작전혐의로 적발될 경우 10년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작전으로 얻는 부당한 이득에 비해 처벌이 지나치게 경미하다는 지적이 많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작전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처벌을 강화해야 불공정매매행위가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