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감시대] (183) 제2부 : IMF시대 <4> 살인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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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호는 이미지가 사는 아파트로 가는 차안에서 황무석에게 천 형사에 대하여 알아보라고 전화를 걸었다.
그런 다음 그는 고개를 젖히고 눈을 감았다.
아내의 급작스런 죽음 소식을 접한 후 흥분하였던 정신상태에서 처음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동시에 아내가 살해되었다는 수사관들의 의혹이 사실이라면 과연 누가 그런 짓을 할 수 있느냐 하는 질문이 그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천 형사는 정동현에게 가해진 폭행과 연결하여 자신을 의심하고 있는 듯하나 그건 명백히 잘못된 추리였다.
그리고 그들이 김명희와 이미지도 용의선상에 올라 있다고 했으나 그것도 그들이 두 여자의 성격을 몰라서 그렇지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사실 아내가 자동차에 치여 의식불명이 되었을 때 그의 머리에 퍼뜩 떠오른 용의자가 서너 명은 되었다.
두 사람은 자신과의 사업 경쟁관계로 파산을 맞이한 자이고 한 사람은 질투에 눈먼 정동현 아내측 사람일 수 있다는 의심을 했었다.
그러나 그들 모두가 병석에 있는 여자를 베개로 눌러 질식시킬 만한 잔인한 살인자는 아닐 것 같았다.
차가 이미지의 아파트에 도착했다.
진성호는 운전사에게 차를 두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하고 차에서 내렸다.
이미지가 사는 아파트 현관문으로 걸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11층에서 내렸다.
아파트의 초인종을 눌렀으나 아무런 기척이 없어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미지는 집에 없었다.
그러나 이미지의 체취는 그곳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진성호는 그녀가 갑자기 그리워졌다.
그는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보았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밖에 그곳에서 자지 않았으므로 이미지가 그곳에서 혼자 있을 때 보내는 시간이 그의 머릿속에 그려졌다.
집안의 흐트러짐이 마치 신에 대한 모욕이라도 되듯이 항상 정돈하기를 좋아하고, 보이지 않는 먼지가 마치 거주자를 죽이는 무서운 병균이라도 되듯이 언제나 닦기를 계속하고, 그리고 샤워가 마치 엄숙한 종교행사라도 되듯이 몸을 씻기를 즐기는 이미지의 모습이 그의 눈앞에 어른거렸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모습은 뱃속에 간직하고 있는 새로운 생명과 동반함으로써 고귀함이 더하는 듯했다.
진성호의 시선은 오전 햇살이 내리쬐는 베란다에 머물렀다.
그 속에 있는 화분을 가꾸는 이미지의 모습이 그의 눈앞에 그려졌다.
그렇다.
그것은 사실이다.
진성호는 생각을 계속했다.
몸치장과 화장을 한 여자가 술집에서 경쟁에 찌들어 외로워하는 남자에게 순간적으로 매력을 발휘할 수 있고 젊은 탄력을 지닌 균형 잡힌 나신은 침대 위에서 성욕에 굶주려 있는 남자의 마음을 빼앗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 모두는 일시적인 현실에서의 도피일 뿐이고 그것은 남자에게 때로는 필요하고 달콤한 것이긴 하지만 계속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
계속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천직인 것처럼 묵묵히 집안을 지키는 여자의 모습일 것이다.
그런 여자의 모습은 남자의 마음속에 깊이 각인되어 자존심과 관대함의 근원이 되고 있음에 틀림없고 그리고 여자의 그런 모습은 기나긴 세월의 흐름을 필요로 한다고 진성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가 이미지와의 만남에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것은 이미지라는 여자에게서 짧은 시간 내에 바로 그런 여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런 다음 그는 고개를 젖히고 눈을 감았다.
아내의 급작스런 죽음 소식을 접한 후 흥분하였던 정신상태에서 처음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동시에 아내가 살해되었다는 수사관들의 의혹이 사실이라면 과연 누가 그런 짓을 할 수 있느냐 하는 질문이 그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천 형사는 정동현에게 가해진 폭행과 연결하여 자신을 의심하고 있는 듯하나 그건 명백히 잘못된 추리였다.
그리고 그들이 김명희와 이미지도 용의선상에 올라 있다고 했으나 그것도 그들이 두 여자의 성격을 몰라서 그렇지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사실 아내가 자동차에 치여 의식불명이 되었을 때 그의 머리에 퍼뜩 떠오른 용의자가 서너 명은 되었다.
두 사람은 자신과의 사업 경쟁관계로 파산을 맞이한 자이고 한 사람은 질투에 눈먼 정동현 아내측 사람일 수 있다는 의심을 했었다.
그러나 그들 모두가 병석에 있는 여자를 베개로 눌러 질식시킬 만한 잔인한 살인자는 아닐 것 같았다.
차가 이미지의 아파트에 도착했다.
진성호는 운전사에게 차를 두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하고 차에서 내렸다.
이미지가 사는 아파트 현관문으로 걸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11층에서 내렸다.
아파트의 초인종을 눌렀으나 아무런 기척이 없어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미지는 집에 없었다.
그러나 이미지의 체취는 그곳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진성호는 그녀가 갑자기 그리워졌다.
그는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보았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밖에 그곳에서 자지 않았으므로 이미지가 그곳에서 혼자 있을 때 보내는 시간이 그의 머릿속에 그려졌다.
집안의 흐트러짐이 마치 신에 대한 모욕이라도 되듯이 항상 정돈하기를 좋아하고, 보이지 않는 먼지가 마치 거주자를 죽이는 무서운 병균이라도 되듯이 언제나 닦기를 계속하고, 그리고 샤워가 마치 엄숙한 종교행사라도 되듯이 몸을 씻기를 즐기는 이미지의 모습이 그의 눈앞에 어른거렸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모습은 뱃속에 간직하고 있는 새로운 생명과 동반함으로써 고귀함이 더하는 듯했다.
진성호의 시선은 오전 햇살이 내리쬐는 베란다에 머물렀다.
그 속에 있는 화분을 가꾸는 이미지의 모습이 그의 눈앞에 그려졌다.
그렇다.
그것은 사실이다.
진성호는 생각을 계속했다.
몸치장과 화장을 한 여자가 술집에서 경쟁에 찌들어 외로워하는 남자에게 순간적으로 매력을 발휘할 수 있고 젊은 탄력을 지닌 균형 잡힌 나신은 침대 위에서 성욕에 굶주려 있는 남자의 마음을 빼앗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 모두는 일시적인 현실에서의 도피일 뿐이고 그것은 남자에게 때로는 필요하고 달콤한 것이긴 하지만 계속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
계속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천직인 것처럼 묵묵히 집안을 지키는 여자의 모습일 것이다.
그런 여자의 모습은 남자의 마음속에 깊이 각인되어 자존심과 관대함의 근원이 되고 있음에 틀림없고 그리고 여자의 그런 모습은 기나긴 세월의 흐름을 필요로 한다고 진성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가 이미지와의 만남에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것은 이미지라는 여자에게서 짧은 시간 내에 바로 그런 여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