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자동차 사업을 주도했던 이들이 하나둘 삼성을 떠나고 있다.

삼성자동차 사업 진출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이필곤 전 삼성물산 부회장은 서울시 정무부시장에서 물러난 후 지난 9월부터 전자상거래 솔루션 업체인 이네트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씨는 삼성 21세기 기획단장으로서 삼성자동차 출범을 주도했다.

삼성의 자동차 사업 진출 당시 비서실에서 기획담당 상무로 차사업 밑그림을 그렸던 지승림 부사장도 최근 삼성을 떠나 디지털 데이터방송 제작도구 벤처업체인 4DL의 전문경영인으로 변신했다.

지 부사장은 삼성의 자동차 사업이 실패로 끝나자 지난 98년 보직에서 스스로 물러나 1년 동안 스탠퍼드대 최고경영자과정 연수를 받고 귀국후 삼성중공업 해외마케팅 담당 부사장을 맡아왔다.

빈틈없는 기획통으로 알려진 지 부사장은 지난 97년말 전무 승진 2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할 정도로 이건희 삼성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었다.

이에 앞서 삼성그룹 일본 본사 부회장에서 95년 11월 자동차 부회장으로 역임,자동차 사업과 관계를 맺었던 임경춘 부회장은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서울대 전기공학과 출신으로 삼성전기 삼성전자 삼성데이터시스템사장 등을 역임했다.

이밖에 지난해 삼성자동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갈 때까지 자동차 경영을 책임졌던 이대원 부회장은 현재 삼성 미래전략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지만 사실상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다.

이대원 부회장은 서울대 상대 출신의 공채 6기로 경리 재무통으로 이름을 날렸다.

삼성자동차 홍종만 사장의 경우 연말까지 삼성차 청산작업을 마친 후 삼성으로 되돌아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들은 삼성차 문제가 불거져나올 때마다 말못할 정도의 곤혹감을 느꼈다고 한다.

최근 퇴직한 한 인사는 "자동차사업 실패 이후 삼성은 더욱 신중하게 투자를 결정하는 관행이 생겼다"며 "자동차 부실문제가 서둘러 처리돼 삼성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뻗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