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가보신 지 얼마나 됐습니까.

주식값은 떨어지고,기름값은 치솟고,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책방 갈 시간이 어디 있냐고 타박하시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서점에 가보세요.

다른 나라 얘길 들먹여서 죄송합니다만 일본이나 미국 유럽에서는 경제가 어려울 때 서점을 찾는 사람이 더 늘어납니다.

일이 잘 안풀리고 힘들 때야말로 책 속의 지혜를 빌려야 할 시점이지요.

그런데 우리 현실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구제금융 시대의 풍속도가 떠오르는군요.

살림이 어려워지자 맨 먼저 책값부터 줄였죠.

출판사들은 연쇄부도에 휘말렸으며 서점은 파리를 날릴 정도였습니다.

생각의 폭을 넓히고 창의적인 대안을 찾는 것보다 스스로 울타리를 좁혀 자신을 가두고 말았던 겁니다.

재주는 쓸수록 늘어나고 생각은 넓힐수록 새로워진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새로운 생각,지식의 보고,희망의 창고가 바로 서점입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서점을 찾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는 겁니다.

방학이 끝났는데도 책꽂이 틈새마다 주저앉아 삼매경에 빠져있는 아이들을 보면 일부러 다가가 머리를 만져주고 싶습니다.

어떤 녀석은 새 책에 침을 발라가면서 연신 벙글거리더군요.

무심코 코딱지까지 묻히는 놈도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기특한지요.

아이들이 동화책을 읽는 한 켠에서 요리책이나 시집을 뒤적이며 기다리는 엄마들도 눈에 띕니다.

물론 시도때도없이 울리는 핸드폰 소리가 아이들의 집중을 방해하기도 하지만,그것마저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끼리는 양해할 수 있지요.

철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누구보다 생각이 깊은 요즘 아이들.

책읽는 아이들은 모두 ''될성부른 떡잎''이지요.

꿈나무라는 말도 그래서 나오지 않았습니까.

그들을 보면서 ''청맹과니 어른''들의 부끄러움을 돌아봅니다.

당나라의 두순학의 ''어린 소나무''에 이런 구절이 나오지요.

''어려서부터 뾰족뾰족 풀숲에서 고개 들더니/어느새 덤불 헤치고 솟아 오르네/사람들은 장차 구름 위로 솟을 그 나무 몰라보고/구름 위로 솟은 뒤에야 그 나무 높다 하네''

올 상반기 어린이책 발행부수가 지난해보다 44.9%나 늘었다고 하는데 이같은 수요·공급도 아이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군요.

정말 어른들은 모두 어디 갔나요.

단순히 책을 사기 위해서만 서점에 가는 건 아닙니다.

기분전환이나 새로운 자극이 필요할 때에도 서점은 훌륭한 문화공간이지요.

무슨 책을 읽어야 좋을지 모르겠다면 해맑은 얼굴의 ''북마스터''를 찾아보세요.

올해 처음 생긴 북마스터는 독자들에게 책에 관한 정보와 신간선택 방법을 안내해주는 도우미입니다.

책을 통한 내면의 대화뿐만 아니라 미소띤 북마스터와의 즐거운 대화도 당신을 기쁘게 해줄 것입니다.

인터넷서점이 많이 생겨 안방에서도 책을 받아볼 수 있는 세상입니다.

그렇더라도 펄프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서점에 가면 당신의 마음이 한결 달라질 것입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라도 발견한다면 그 행복감은 두배 세배로 커지겠지요.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