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는 덫인가,기회인가.

세계화는 왜 시작되었으며 어떤 구조와 맥락을 갖고 있는가.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신동욱 옮김,창해,전2권,각권 1만3천원)에서 새로운 게임의 법칙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그는 태국 길거리에서 만난 ''체중계 아줌마''나 신흥시장의 펀드매니저,베이커 미 국무장관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얘기를 풀어나간다.

먼저 눈길을 끄는 이론 한가지.

전세계적으로 맥도날드 체인점이 있는 나라끼리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갈등예방(골든 아치)이론''이 그것이다.

맥도날드를 즐길 정도로 변화가 빠르고 중산층이 골고루 형성돼있는 국가에서는 무모하게 전쟁을 벌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는 세계화에 대응하는 국가와 기업,개인들을 창출형이냐 적응형이냐로 분석하면서 국가 기업별 미래전략을 제시한다.

인터넷을 동원해 전세계적으로 투자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전자투자가 집단''이라고 부르며 이들이 바로 세계를 움직이는 핵심세력이라고 말한다.

현재 자유시장 중심의 자본주의 질서에 맞추는 것을 ''황금 구속복''을 입는 것이라는 표현도 흥미롭다.

그리고 그것들이 어떻게 나라와 기업들을 변화시키고 구속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이 책은 복잡하고 어려운 세계화의 개념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사례들을 풍부하게 활용하고 있어 흥미진진한 이야기책처럼 잘 읽힌다.

세계를 움직이는 국제적 VIP들의 생생한 이야기들도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저자는 오늘날 세계의 운행질서를 다각도로 파헤치고 있다.

다 읽고 나면 우리가 얼마나 우물안 개구리였는가를 깨닫고 몸서리를 치게 된다.

경쟁자들이 이를 먼저 깨우쳤다면 얼마나 더 뒤처지게 됐을까 하는 아찔함까지 느끼게 된다.

이 책이 우리에게 안도감과 만족감만을 채워주는 것은 아니다.

책에 제시된 새로운 세계 질서가 얼마나 숨가쁜 자기 혁신을 요구하는 것인가를 새삼 자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래 느꼈던 것과 같은 불안감과 극도의 초조감에서는 벗어날 수 있다.

마치 태양계의 운행원리를 이해하면 밤낮의 반복과 계절의 순환 등 온갖 자연의 이변들에 대해 차분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것과 같다.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할 때 비로소 우리는 외환위기와 느닷없는 주가폭락,그리고 혼란스럽기 그지없는 각종 경제·정치적 사건사고의 의미를 제대로 읽을 수 있다.

현상을 바로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음에 올 미래도 스스로 예견할 수 있는 투시경을 갖추게 된다.

번역도 깔끔하다.

원저만 봐서는 도저히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각종 난해한 용어와 생경한 사건들에 대해 일일이 역주를 달아놓았다.

경제현상을 설명하는 단어도 국내에서 쓰는 최신 용어를 그대로 등장시켰으며 원저에 없는 소제목까지 달아 훨씬 이해하기 쉽도록 엮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