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감시대] (169) 제2부 : IMF시대 <3> 폭풍 후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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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홍상화
"내가 거짓말할 사람으로 보여? 이정숙은 부부간의 대화를 녹음해 남편에게 공갈을 치고,이 세상에 살면서 악한 짓만 일삼고 남에게 폐만 끼치는 여자야.이정숙과 불륜관계를 맺었던 정동현이라는 자는 얼마전에 결국 자살했지.이정숙이 의식을 회복하면 진 회장 파멸시키는 것은 시간문제야.이미지씨도 이정숙에게 희생당할 수밖에 없을걸"
황무석의 말에 이미지가 침묵을 지켰다.
황무석은 마치 옆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독백하듯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아까 이정숙의 병실에 앉아 있으면서 순간적으로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아? 이정숙 코에 끼워진 플라스틱 호스를 얼른 뽑아버렸으면 했어.그것만 뽑아도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이정숙은 고통 없이 숨을 거뒀을 거야.이정숙이 죽어주는 게 그 여자 자신에게도 좋고 주변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돼.나에게 그런 용기가 없다는 것이 얼마나 한탄스럽던지…"
이미지는 한동안 놀란 표정이었다.
"그냥 내 심정을 솔직히 얘기했을 뿐이야.더구나…진 회장 어머니는 이미지씨의 아이를 직접 키우다가 이정숙이 의식을 회복하면 그녀에게 줄 예정인가봐"
황무석의 말이 끝나자 이미지가 다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황무석이 이미지의 등을 다독거려주었다.
"자,그럼 일어나지.택시를 잡아줄게…너무 상심하면 뱃속의 아이에게도 해로울 거야.마음을 단단히 먹어…그게 내가 아는 모성애야"
황무석이 이미지를 손잡아 일으켜 세웠다.
그들은 병원 정문까지 나란히 걸어왔다.
그곳에서 이미지를 택시에 태워주고 황무석은 그녀와 헤어졌다.
황무석도 곧 택시를 잡아탔다.
최형식의 집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황무석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정숙이 불쌍한 여자라는 이미지의 말에 화가 나 거의 무의식중에 한 말이지만 이정숙의 코에 끼워진 산소호흡기를 뽑아버리고 싶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이정숙의 의식회복으로 파멸을 맞을 사람들을 생각해보면,그런 생각을 한 것도 어쩌면 당연했다.
사고를 저지른 최형식은 말할 것도 없고,자신이 이정숙을 미행하도록 최형식을 사주한 사실이 드러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이미지라는 여자도 아이와 진성호를 빼앗기고 절망 속에서 허덕일 것이고,진성호 또한 여러 모로 힘들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자동차 사고에 자신이 관련된 사실이 드러나면 자연히 자신이 주가조작 사건에서 부당이득을 취한 사실 또한 드러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은 말할 것도 없고 가족 모두가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을 것이 뻔했다.
그가 탄 택시가 불광동 로터리를 지나 골목길로 들어섰을 때 어떤 생각이 그의 뇌리를 스쳐갔다.
만약 최형식이 이정숙의 의식회복이 그에게 가져올 파멸을 충분히 이해한다면 어떤 행동을 취할까?
최형식은 황무석 자신처럼 이정숙의 산소호흡기를 뺀다는 것이 단순히 생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행동에 옮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뭐라든 그가 자동차 사고의 당사자이므로 이정숙이 그의 정체나 차번호를 모두 기억한다면,그는 살인미수죄로 중형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내가 거짓말할 사람으로 보여? 이정숙은 부부간의 대화를 녹음해 남편에게 공갈을 치고,이 세상에 살면서 악한 짓만 일삼고 남에게 폐만 끼치는 여자야.이정숙과 불륜관계를 맺었던 정동현이라는 자는 얼마전에 결국 자살했지.이정숙이 의식을 회복하면 진 회장 파멸시키는 것은 시간문제야.이미지씨도 이정숙에게 희생당할 수밖에 없을걸"
황무석의 말에 이미지가 침묵을 지켰다.
황무석은 마치 옆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독백하듯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아까 이정숙의 병실에 앉아 있으면서 순간적으로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아? 이정숙 코에 끼워진 플라스틱 호스를 얼른 뽑아버렸으면 했어.그것만 뽑아도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이정숙은 고통 없이 숨을 거뒀을 거야.이정숙이 죽어주는 게 그 여자 자신에게도 좋고 주변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돼.나에게 그런 용기가 없다는 것이 얼마나 한탄스럽던지…"
이미지는 한동안 놀란 표정이었다.
"그냥 내 심정을 솔직히 얘기했을 뿐이야.더구나…진 회장 어머니는 이미지씨의 아이를 직접 키우다가 이정숙이 의식을 회복하면 그녀에게 줄 예정인가봐"
황무석의 말이 끝나자 이미지가 다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황무석이 이미지의 등을 다독거려주었다.
"자,그럼 일어나지.택시를 잡아줄게…너무 상심하면 뱃속의 아이에게도 해로울 거야.마음을 단단히 먹어…그게 내가 아는 모성애야"
황무석이 이미지를 손잡아 일으켜 세웠다.
그들은 병원 정문까지 나란히 걸어왔다.
그곳에서 이미지를 택시에 태워주고 황무석은 그녀와 헤어졌다.
황무석도 곧 택시를 잡아탔다.
최형식의 집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황무석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정숙이 불쌍한 여자라는 이미지의 말에 화가 나 거의 무의식중에 한 말이지만 이정숙의 코에 끼워진 산소호흡기를 뽑아버리고 싶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이정숙의 의식회복으로 파멸을 맞을 사람들을 생각해보면,그런 생각을 한 것도 어쩌면 당연했다.
사고를 저지른 최형식은 말할 것도 없고,자신이 이정숙을 미행하도록 최형식을 사주한 사실이 드러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이미지라는 여자도 아이와 진성호를 빼앗기고 절망 속에서 허덕일 것이고,진성호 또한 여러 모로 힘들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자동차 사고에 자신이 관련된 사실이 드러나면 자연히 자신이 주가조작 사건에서 부당이득을 취한 사실 또한 드러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은 말할 것도 없고 가족 모두가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을 것이 뻔했다.
그가 탄 택시가 불광동 로터리를 지나 골목길로 들어섰을 때 어떤 생각이 그의 뇌리를 스쳐갔다.
만약 최형식이 이정숙의 의식회복이 그에게 가져올 파멸을 충분히 이해한다면 어떤 행동을 취할까?
최형식은 황무석 자신처럼 이정숙의 산소호흡기를 뺀다는 것이 단순히 생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행동에 옮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뭐라든 그가 자동차 사고의 당사자이므로 이정숙이 그의 정체나 차번호를 모두 기억한다면,그는 살인미수죄로 중형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