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홈부시베이 올림픽파크 양궁장에 태극기 세 개가 올라가는 장면은 역시 꿈이 아니었다.

여자양궁 개인전에 출전한 3명의 한국선수는 예상대로 모두 준결승(4강)에 진출,''누가 어떤 색깔의 메달을 차지할 것인가''가 관심사가 됐다.

더욱이 4강중 나머지 한명까지 북한선수로 양궁은 마치 한국선수를 위한 잔치인 듯했다.

금메달의 주인공은 대표팀의 막내 윤미진.

윤은 이날 첫 접전인 16강전에서 세계랭킹 3위 앨리슨 윌리엄슨(영국)을 1백73 대 1백64로 물리쳤다.

1백73점은 96애틀랜타대회에서 수립된 올림픽기록(1백68점)을 5점 뛰어넘은 신기록.

금메달의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윤은 8강전에서 러시아선수를 제쳤고 4강전에서는 대선배 김수녕과 피할수 없는 대결을 벌였다.

윤은 그러나 여고생답지 않은 침착함과 담대함을 보이며 예상을 뒤엎고 1백7 대 1백5,2점차로 결승전에 진출했다.

결승전 상대는 역시 대표팀 선배인 김남순.

윤은 첫 세발에서 28점(9,10,9점)을 기록,27점에 그친 김을 1점차로 앞서 나갔다.

윤은 일곱발째 김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동점을 이뤘으나 여덟발째에서 다시 1점 앞서 나간 뒤 그 점수차를 끝까지 유지,한국선수단의 첫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점수는 1백7대 1백6.

1993년 은퇴한 후 지난해 10월 현역으로 복귀한 세계양궁의 여왕 김수녕.

김은 4강까지 파죽지세를 보여 다시 한번 ''올림픽드라마''를 연출하는 듯했다.

김은 그러나 까마득한 후배 윤미진에게 4강에서 무릎을 꿇은 뒤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시드니=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