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위기를 맞아 정부가 대응책을 발표했다.

에너지가격 현실화를 통해 절약을 유도한다는 수요측면과 절약시설투자 세액공제 확대,해외 유전개발,대체에너지 개발,에너지절약형 중소기업 육성 등 기업들의 흡수능력 및 생산 공급측면의 시책이 제시됐다.

하지만 후자는 아예 주목도 받지 못했고 전자와 관련해선 고유가 부담을 소비자들에게 전가시키려 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런 비난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

수요가 하루아침에 줄어들 수도 없고 보면 자칫 기업 가계 등 경제활동 주체의 불안감마저 증폭시켜 경제적 악영향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탄력세율을 활용해 우선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는 조치부터 분명히 하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정부는 고유가 추세가 얼마나 갈지 판단하기 어려워선지, 아니면 어려운 재정문제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아직 이를 고려치 않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결코 간과해선 안될 것이 있다.

에너지가격 현실화로 기대하는 효과를 얻든,상황이 여의치 않아 탄력세율로 충격을 완화하든 간에 생산 공급측면의 대책이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이것은 단지 상당기간이 지나야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 때문만도 아니다.

이런 정책을 정부가 얼마나 지속적.실질적으로 추진해 나갈지 회의가 짙게 깔려 있는데다 유가가 안정되기라도 하면 언제든 사그라들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난 70년대 두차례 오일쇼크 이후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 왔는지 보면 이런 반응은 이해가 간다.

오일쇼크를 계기로 선진국들은 소비절약,석유비축과 함께 중대한 정책적 변화를 보였다.

일제히 "기술중시정책"으로 전환하면서,20여년간에 걸쳐 장기적 계획하에 에너지효율과 대체에너지분야에 대해 투자를 확대했고 지금도 그렇다.

이 결과 에너지저소비형 산업 사회구조로 변모하고 있음을 보면 지금 우리의 에너지다소비형 경제구조의 근본원인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당시의 산업구조 물가안정시책 등으로 에너지 저가격정책이 불가피했고,따라서 수요측면은 물론 생산 공급측면의 대책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힘들었다는 주장도 있다.

한마디로 경제성이 없었다는 얘기인데,선진국들은 당시 경제성이 있어서 정부가 선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것이 아니고 보면 과연 정부의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그동안 에너지소비증가율이 GDP성장률을 크게 상회한 결과 최근 20년간 에너지탄성치는 미국 일본 EU에 비해 2~3배에 이르고,GDP에서 에너지소비량이 차지하는 에너지원단위도 주요선진국에 비해 2배 이상이다.

이런 에너지소비중 54%를 차지하는 석유의 수입과 소비는 각각 세계 4위,6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절약이나 대체에너지분야의 연구개발 시설투자 전문기업창출 수준을 보면 한마디로 참담하다.

연구개발투자 하나만 봐도 그렇다.

2조원 규모인 에특회계에서 정작 에너지절약과 대체에너지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것은 고작 2.5%인 5백억원이며 미국과 일본에 비해 각각 1.3% 3.7% 수준이다.

선진국들이 대부분 실용화 상용화 단계에 있는 대체에너지분야만 해도 우리는 기술수준 40~70%,기술격차 3~10년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단지 경제구조를 에너지저소비형으로 바꾸자는 차원에서만 심각한 게 아니다.

에너지효율 대체 및 청정에너지 분야는 석유위기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협약과 맞물리면서 향후 엄청난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선진국가들이 장기계획을 추진하는 것은 이 산업을 창출 발전시켜 시장을 선점한다는 목적도 있다.

석유는 물론 에너지가 근본적으로 통제불가능 외부변수인 우리실정에서 에너지절약 대체 청정이 발등의 불로 떨어졌을 때 해외시장은 차치하고 국내시장을 누가 차지할 것인지도 심각히 생각해야 한다.

그 시점에 이르면 이미 에너지분야는 부품 소재와 더불어 우리 산업구조의 고질적인 아킬레스건으로 완전히 고착화될 수도 있다.

더 늦기전에 이제는 정말 근본적이고 공격적인 관점에서 생산 공급측면의 중장기 정책을 밀어붙여야 한다.

안현실 전문위원, 경영과학박,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