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퍼블릭 코스를 다녀왔다.

에버랜드 내에 있는 글렌로스GC인데 그날 충격적인 얘기를 많이 들었다.

이 클럽은 9홀이지만 티와 그린을 두 군데로 나눠 만들어 각기 다른 공략법으로 18홀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손님을 시큰둥하게 대하는 다른 퍼블릭과는 달리 종업원 교육도 정통 프라이빗클럽 못지 않았고 코스관리도 썩 좋았다.

홀 길이도 4백야드가 넘는 파4홀이 두 홀(18홀로 치면 4홀)이나 됐고 2백야드 이상의 파3홀도 있었다.

''퍼블릭=짧다,엉터리다''는 선입관을 불식시키며 퍼블릭코스의 새로운 위상을 목표로 한 흔적이 짙었다.

문제는 ''손님들''이었다.

퍼블릭은 회원이 없다.

회원이 없다는 것은 그 코스를 진정 아끼며 플레이하는 주체가 없다는 뜻이다.

그건 자신만의 코스가 아닌 누구나의 코스다.

''누구나의 코스''라는 개념은 이론적으로 너무 멋지지만 의외의 해프닝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예를 들면 이렇다.

라커룸 옷장의 옷걸이는 심심찮게 도난당한다.

골퍼들이 그냥 가져가는 것이다.

샤워실의 로션도 없어지고 화장실에선 담배꽁초를 그냥 휴지통에 버려 불이 날 뻔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클럽하우스 발코니에서 침을 뱉거나 꽁초를 잔디에 내던지는 경우도 많다.

일부 회원제 골프장에서도 그런 경우가 있긴 하지만 ''퍼블릭''에선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는 것.

골퍼들은 예외없이 ''퍼블릭이 많이 생겨야 한다''는 얘기를 한다.

그러나 정작 퍼블릭코스에서 일어나는 그같은 현상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요즘은 골프코스 건설에 대한 개념이 바뀌고 있다.

특히 엄청난 세금문제 때문에 차라리 퍼블릭코스 건설이 더 수익성이 있다는 분석도 강하다.

쓰잘 데 없는 비용을 최소화했기 때문에 영업이익도 괜찮게 난다고 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현상이 존재하는 한 퍼블릭은 영원히 자리잡을 땅이 없다.

사업자가 아무리 ''멋진 퍼블릭''을 만들고 싶어도 골퍼들이 그걸 거부한다면 어떻게 퍼블릭이 늘어나겠는가.

골퍼들 스스로 퍼블릭을 ''최고''로 대할 때 이 땅의 퍼블릭코스도 급증할 것이다.

김흥구 객원전문위원 골프스카이닷컴대표 hksky@golfsk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