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9일 한국에 온 세계적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58.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박사는 31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호두껍질 속의 우주"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이번 강연은 지난 93년 김대중 대통령이 영국에서 체류할 때 호킹 박사와 한동네에 살았던 인연으로 김홍일 의원의 주선을 통해 이뤄졌다.

호킹 박사는 이번 강연에서 우주의 기원과 성질 미래 등에 대한 주요 이론들을 설명하고 "멀지않아 우주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강연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 우주는 변화하고 팽창한다 =우주에는 다양한 모양과 크기를 가진 무수히 많은 은하계들이 존재한다.

은하들은 우주 전체에 걸쳐 골고루 퍼져 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우주는 은하계 주위와 비슷한 모양으로 무한히 뻗어나가고 있다.

우주의 모양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분명히 변화하고 있다.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은 성운이라고 불리던 수많은 희미한 발광체들이 아주 멀리 있는 다른 은하계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은하계들에서 오는 빛을 통해 은하들이 우리 쪽으로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지, 멀어지고 있는지를 측정, 놀랍게도 거의 모든 은하들이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주는 팽창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사실은 20세기의 가장 심오한 지적 혁명 가운데 하나였으며 우주의 기원에 대한 모든 논의들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 우주의 시초는 있어야만 한다 =우주는 어떤 대폭발점(빅뱅)에서 시작됐다.

그 ''점''에 전체 우주와 그안의 모든 것들이 무한대의 밀도로 응축돼 있었다.

그 점에서는 아인 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 더이상 성립하지 않는다.

따라서 일반 상대론을 가지고는 우주가 어떤 방식으로 시작됐는지 예측할 수 없다.

즉 우주의 기원은 과학의 영역을 넘어선 것처럼 보인다.

과학자들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과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교수였던 페인만(Feynman)의 ''다중 역사'' 아이디어를 합해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기술하는 완전한 통일이론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 이론이 완성되면 어느 한 순간의 상태로부터 우주가 어떻게 진화해 나갈지 결정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그러나 이 통일이론만으로는 우주의 기원과 초기상태를 알 수는 없다.

이를 알기 위해서는 우주의 경계, 시공간의 끝에서 무엇이 벌어지는지 가르쳐 줄 수 있는 ''경계조건''이 필요하다.

◆ 허수시간에서의 우주의 역사 =흐르고 있다고 느끼는 실제 시간과 직각을 이루는 ''허수시간''으로 본 우주의 역사는 휘어진 시공간이 허수시간 방향으로 변화하는 양상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우주의 역사는 공간과 허수시간 방향으로 모두 휘어진 면이다.

만약 그 면이 말안장처럼 휘어 있거나 평면이라면 무한대까지 뻗어있을 것이므로 무한대에서의 경계조건이 무엇인지를 정해 줘야 하는 문제가 생기지만 허수시간으로 본 우주의 역사가 이루는 면이 지구표면처럼 닫힌 면이라면 경계조건을 정해야 하는 문제를 피할 수 있다.

지구의 표면에는 아무런 경계나 끝이 없다.

◆ 3차원 공간에서의 점 =우리는 경험적으로 3차원 공간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왜 3차원 공간일까.

왜 그것은 2차원 4차원, 혹은 공상과학 소설에서처럼 다른 수의 차원이 아닐까.

허수 시간으로 움직이는 3차원 우주는 4차원을 가진 휘어진 면으로 표현될 것이다.

닫혀진 4차원 표면은 지구의 표면처럼 둥근 구지만 2개의 차원을 더 갖는 구다.

이 4차원 구형태의 우주역사는 하나의 특정한 실제 시간상의 우주에 해당된다.

이런 역사를 가진 우주는 공간상의 어느 점에서 보아도 똑같은 모습으로 보이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크기가 커진다.

이런 면에서 이 우주는 실제로 우리가 사는 우주와 비슷하지만 크기가 커지는 속도가 매우 빠르고 팽창속도 자체도 점점 빨라진다.

이런 가속되는 팽창을 인플레이션(inflation)이라 부르는데 이는 그 가속되는 모습이 마치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 우주의 에너지 =급속한 팽창은 우주초기에 있었을지 모르는 울퉁불퉁함을 매끄럽게 만들어준다.

우주가 팽창하면서 중력장으로부터 에너지를 빌려 더 많은 물질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물질에너지의 값은 중력장 에너지의 음의 값과 정확하게 균형을 이뤄 총 에너지는 0이 된다.

우주의 크기가 두 배가 되면 물질과 중력장의 에너지가 모두 2배가 된다.

따라서 0의 2배가 되므로 총 에너지는 여전히 0이다.

허수시간으로 본 우주의 역사가 완벽한 구라면 여기에 해당하는 실시간으로 본 우주의 역사는 영원히 인플레이션을 계속하는 우주가 될 것이다.

우주가 급팽창하는 동안은 물질이 서로 달라붙어서 은하나 별, 어떤 생명체라도 만들어질 수 없다.

우주에서 예전에 일어났어야 하는 인플레이션의 정도는 적어도 10억x10억x10억배.

현재까지 밝혀진 가장 가능성이 높은 우주의 모습은 완전히 매끄럽지는 않고 아주 작은 요철들을 가지고 있는 우주다.

지금까지 광활한 우주의 움직임이 허수시간으로 본 우주역사를 통해 어떻게 이해될 수 있는지를 설명하려고 했다.

우주는 작은 그리고 조금은 평평해진 구다.

우리는 햄릿이 말한대로 호두껍질안에 갇혀 있으면서도 우리 자신을 무한한 공간의 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정리=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 약력 >

<> 1942년 1월8일 영국 옥스포드 출생
<> 1959년 옥스포드대 입학
<> 1962년 루게릭병 진단
<> 1963년 옥스퍼드대 졸업
<> 1964년 케임브리지대 박사학위 취득
<> 1973년 블랙홀 증발론 발표
<> 1974년 영국 학술원 최연소 회원
<> 1978년 케임브리지대 중력물리학 교수
<> 1988년 "시간의 역사" 저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