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조사에서 기업들의 하반기 신규채용이 기대에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은 향후 경기를 불투명하게 보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직후 사상 최악의 구직난이 벌어졌던 98년과 달리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신규채용을 재개했고 연초만하더라도 채용계획을 확대하는 추세였으나 최근들어 방향을 바꾸고 있다.

물론 정보통신 전자 유통 등 몇몇 업종의 채용규모가 작년에 비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조사됐지만 대학졸업생들을 대량으로 흡수해온 대표적인 직종인 은행과 건설업계의 공백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다.

시중은행들과 건설업계는 구조조정과 워크아웃 부도 등으로 ''존립'' 자체를 위협받은 경우가 태반인 상황이어서 신입직원을 뽑을 엄두조차 못내고 있다.

경기 양극화로 인해 채용전선에도 명암이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다.

기업들은 그나마 기술인력은 향후를 대비해서 약간명이라도 뽑는 추세지만 관리및 업무, 영업직 채용은 줄이는 회사들이 많다.

따라서 하반기 인문사회계열 대학졸업자들이 직장을 찾는데 작년못지 않게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 경기 양극화 심화 =정보통신 전자 생명공학 분야 등 유망.호황업종에선 기업들이 적정 인력을 구하지 못해 ''입도선매''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회사가 원하는 인력을 구하지 못해 구인난을 겪고 있다"며 "전자공학 전산과 연구개발부문에선 적절한 신규 채용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경력사원 채용을 늘리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벤처기업들도 최근 ''닷컴 위기론''에도 불구, 컴퓨터와 영어에 능통한 2∼3년 경력자를 선호하면서 꾸준히 신규채용을 하고 있다.

반면 붕괴위기에 직면한 건설업과 2차 구조조정이 예고된 은행 등 금융업종의 경우 올 하반기 신규 채용계획이 전무한 실정이다.

공급과잉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화학섬유업계도 구조조정이 예고된 가운데 신규 채용을 생각지 못하고 있다.

◆ 수시 채용 증가 =올 하반기 2천5백명을 뽑는 삼성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들이 인터넷상에서 필요 인력을 수시채용하고 있다.

삼성은 매년 해오던 하반기 정기 집단채용을 98년 가을부터 아예 폐지했다.

삼성 계열사에 입사하길 원하는 사람에겐 인터넷 홈페이지(dearsamsung.co.kr)를 개설,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와 LG, SK 등 다른 4대 그룹도 공동 채용 대신 사업부문별로 수시채용을 늘리는 쪽으로 인사패턴을 바꿨다.

이런 추세는 대기업은 물론 중견기업, 벤처기업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