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이 전면 시행된 지 31일로 한달이 되지만 의료계의 반발과 약품 준비 부족으로 파행이 계속되고 있다.

환자들은 병·의원과 약국을 오가야 하는 불편 뿐 아니라 처방받은 약이 있는 약국을 찾아 헤매는 고통을 감수하고 있다.

여기에다 치료비용이 늘어났고 앞으로 의료보험료도 더 오르게 돼 있어 경제적인 부담까지 가중됐다.

의약분업후 병·의원과 약국이 담합하는 사례도 나타났으며 일부 약국들은 여전히 임의조제를 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반면 의약분업후 친절하게 복약지도를 받고 무슨 약을 먹는지 확인할 수 있는 등 알권리가 신장됐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의료계의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아 환자들의 불편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여전한 환자불편=의약분업에 따른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복지부에 8월 한달동안 접수된 5천3백여건의 의약분업 관련 민원중 불편호소 사례가 1천4백여건(27%)이었다.

약국과 병원을 오가느라 힘들고 약국에 약이 없다는 불만이 가장 많았다.

실제로 의약분업 대상인 약국 1만4천여 곳중 4백종 이상의 처방약을 갖춘 곳은 70%에 불과한 실정이다.

처방전을 갖고 동네약국을 찾은 환자 4명중 1명 정도가 약을 제대로 조제받지 못해 다른 약국을 찾아 헤맨 것으로 나타났다.

◆늘어난 환자부담=주로 보건소를 이용했던 저소득층 만성질환자의 부담이 크게 늘었다.

이들은 의약분업을 하기 전에는 보건소에서 1천6백원만 내고 진찰과 한달치 약을 받았다.

그러나 의약분업이 실시된 이후엔 한달치 이상의 약을 탈 경우 보건소 비용 5백원을 합쳐 3천원 이상을 지불하고 있다.

동네의원을 찾는 환자의 경우 3일치 이상의 약을 처방받지 않는 한 8월에는 의원에 2천2백원,약국에 1천원씩 나눠 내 종전처럼 3천2백원을 내면 됐다.

그러나 9월부터는 동네의원의 재진료와 처방료가 인상돼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이와는 별도로 앞으로 의료보험료가 대폭 올라가게 된다.

◆동네약국과 제약회사의 위기=약국을 찾는 손님이 줄어든 데다 처방약을 갖추는 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 약국들이 잇달아 문을 닫고 있다.

8월 한달동안에만 전국에서 7백여개의 약국이 문을 닫아 약국수가 1만8천3백여개로 줄어들었다.

반면 종합병원 앞의 약국 등 대형약국은 처방전이 늘어 수입이 30% 이상 증가했다.

동네의원들도 처방전 발행만으로는 유지가 안돼 간호사를 줄이거나 다른 의원과 합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다 잇따른 휴·폐업으로 수입이 줄어 경영난을 겪는 병·의원들도 많다.

휴·폐업으로 자금사정이 악화된 병·의원들이 약품대금 결제를 미뤄 제약회사들도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제약회사들은 앞으로 의약분업이 정착되면 약품시장 자체 규모가 30% 이상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들이 일반의약품도 처방이 있어야 하는 것으로 오인하는 바람에 일반의약품까지 매출이 줄어든 상황이다.

이로인해 4백60여개 제약회사중 10% 정도가 올해 안에 도산할 것이라는 게 제약업계의 분석이다.

◆의료계의 비협조와 불법사례=처방전을 1부만 발행하는 등 의도적으로 의약분업을 방해하는 일이 그치지 않고 있다.

암호로 처방전을 쓰거나 단종된 약품을 처방하는 사례도 적발됐다.

또 일부 병·의원과 약국이 담합해 환자를 특정약국으로 몰아준 곳도 있었다.

복지부와 대한약사회가 뒤늦게 조사에 나섰으나 담합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이 모호하고 증거 확보가 어려워 담합을 근절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김도경 기자 infof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