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푸르트뱅글러를 우상으로 떠받드는 마니아들이 많다.

작곡가 바그너 못지않다.

그의 절묘한 지휘법이 빚어내는 오케스트라의 음향은 사람의 혼을 쏙 빼놓는다.

한번 그를 좋아하면 그의 마력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특히 호불호(好不好)가 명확한 성격의 애호가들이 그렇다.

그가 이끌었던 50년대 베를린필은 사실 최전성기를 구가했다.

지휘자 카라얀에게 지휘봉을 물려주기를 주저했다는 얘기가 또 다른 전설을 만들기도 했다.

그가 2차대전 당시 녹음했던 베토벤 교향곡이 두질의 CD(모노폴리)로 묶여 나왔다.

원래 녹음업체인 도이치 그라모폰이 저작권법으로 제소해 발매가 중단됐던 미국 ''우라니아''판이다.

CD로는 처음으로 국내에서 발매된 것이다.

교향곡 3,4,5,6,7,9번이 검은색 바탕에 빨간색 실루엣으로 단장해 눈에 띈다.

베토벤의 정신을 어느 누구보다 강하게 터득하고 순수한 감동으로 되살린 앨범이다.

"나는 모든 위대한 음악가들이 악보에 써넣은 그대로 연주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므로 내가 베토벤을,베토벤 음악이 요구하는 대로 연주하려면 그와 똑같은 정열이 내게 있어야 한다"고 푸르트뱅글러는 얘기했다.

한번에 확인해볼 수 있는 음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