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힙합춤을 추고 있는 노란 머리의 젊은이,정장 차림으로 바쁘게 걸어다니는 회사원,골목길을 소리없이 지나가는 자동차들.일본 벤처와 인터넷 산업의 상징인 비트밸리의 모습이다.

''비트밸리''라는 이름은 이곳이 위치한 도쿄 시부야에서 나왔다.

씁쓸하다는 뜻인 ''시부''와 계곡을 의미하는 ''야''.처음엔 비터밸리(bitter valley)라 불렸지만 부정적인 의미 때문에 디지털을 뜻하는 비트(bit)로 바뀌었다.

비트밸리에서는 최근 일본 벤처의 재기를 시도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해처리벤처파트너즈라는 창업·보육 회사가 시부야의 한 건물에 인큐베이션 센터를 열고 업무 개시를 선언한 것.일본내 종합학원재단인 스즈키그룹이 세운 이 회사는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인 아서D리틀의 일본 지사가 함께 운영한다.

해처리벤처파트너즈의 최고집행 책임자(COO)역할을 맡고 있는 오쿠이 노리아키 아서D리틀재팬 사장은 "넷버블 붕괴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준비하는 벤처기업들이 자주 눈에 띄어 인큐베이팅 사업에 뛰어 들었다"고 말했다.

오쿠이 사장은 무선인터넷 시장이 급성장하고 새로운 개념의 전자상거래가 널리 보급되고 있는 등 일본에서는 새로운 벤처 가능성이 살아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NTT도코모의 무선인터넷 서비스인 아이모드의 경우 이달초에 1천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또 일본 최대 편의점체인인 세븐일레븐은 지난 2월 8천여개의 자사 편의점을 활용해 전자상거래를 하는 세븐드림닷컴을 설립했다.

소비자가 주문한 물건을 택배회사가 지정한 편의점에 맡기면 소비자가 찾아가는 시스템이다.

일본 주유소에서도 비슷한 개념의 전자상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니세키 미쓰비시 석유는 자동차 관련용품을 인터넷으로 주문 받은 뒤 지정한 주유소에서 찾아가는 전자상거래를 실시하고 있다.

닷컴 기업 위기론과 함께 수그러든 벤처 열기속에서도 일본보다 벤처 산업에서 앞서있다는 자부심만큼은 여전한 한국.이런 자부심에 사로잡혀 있는 동안 일본은 조용히 벤처열기에 불을 붙이고 있다.

도쿄=길덕 기자 duk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