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현대건설 유동성 지원을 위해 사재출연 결단을 내린 것을 계기로 현대 소유구조와 경영구도가 전면 재편될 것이란 관측이 강해지고 있다.

당장 정 회장이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전량(23.86%)을 매입하면 지난 1947년 창사 이후 53년간 현대그룹의 지주회사였던 현대건설은 현대상선에 그룹대표 자리를 넘겨주게 된다.

정 회장 입장에서는 현대건설의 유동성을 지원하는 한편 현대상선의 최대주주가 됨으로써 현대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다지게 된다.

정 회장이 사재를 출연한 이상 앞으로 현대 분가와 경영정상화 작업을 직접 챙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장의 관측이 유력하다.

정 회장의 지분교통정리 과정에서 현대건설이 상선 지분을 매각하면 현대건설의 계열사 주식은 현대중공업 6.93%와 고려산업개발 2.82%밖에 남지 않게 된다.

현대건설은 중공업 주식도 교환사채 형태로 사실상 매각할 예정이기 때문에 앞으로 그룹내 위상 약화와 함께 다른 계열사들과의 관계도 크게 느슨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 일가의 현대건설 유동성 지원=정주영 전 명예회장은 지난 24일 입금된 현대자동차 주식매각 대금 2천억원 중 우선 1천억원을 현대건설 기업어음(CP) 매입에 쓴 데 이어 내주초 추가로 건설 CP 1천억원을 매입할 예정이다.

현대는 정 전 명예회장이 당초 건설의 회사채를 살 예정이었으나 회사채 발행에 10일 정도가 걸리는 점을 감안,자금을 조기 지원하기 위해 CP를 사게 됐다면서 앞으로 CP를 팔아 회사채를 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몽헌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현대전자 지분(1.7%) 중 0.93% 정도를 팔아 현대건설의 현대상선 지분을 매입하는 외에 추가로 수백억원을 현대건설에 출연할 것으로 보인다.

이 자금 역시 정 회장이 갖고 있는 건설·상선·전자 등의 현대 계열사 보유주식을 처분해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의 위상=현대상선은 지금도 전자·중공업·증권 등 주력 계열사의 최대주주다.

이제까지 현대그룹의 지주회사는 현대상선의 최대주주인 현대건설이었지만 현대건설이 정 회장에게 현대상선의 지분 전량을 매각하면 상선에 대한 지배력이 소멸돼 자연스럽게 그룹 지주회사가 현대상선으로 바뀌게 된다.

◆경영구도 바뀔까=현대는 정몽헌 회장의 경영복귀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정 회장이 현대건설의 현대상선 주식을 매입한 것은 해외 매각에 따른 국부 유출을 막고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대 내에서 그동안 언급 자체가 금기시돼왔던 정 회장의 사재 출연이 결정된 데다 경영진 퇴진문제가 남아 있는 점과 관련,책임경영 구현 차원에서 정 회장의 경영복귀가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문희수 기자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