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필드,미션,시티 오브 조이..

롤랑 조페 감독의 이전작들은 한때 많은 이들이 감동깊게 본 영화 목록중 앞머리를 다퉜다.

작품속에 녹아있는 진지한 시대정신과 휴머니즘은 그에게 아카데미상이나 칸느 그랑프리같은 큰 상들을 연속으로 안기며 80년대 중후반 영화사에 조페의 이름을 공고히 했다.

데미 무어와 게리 올드만을 내세운 "주홍글씨"(95년)가 비록 희대의 미스캐스팅이라는 평단의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어찌됐건 그의 명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옛 추억을 되살려 그의 신작 "굿바이 러버"(Goodbye Lover)를 골랐다면 일단 여러번 놀랄 각오를 하자.

장르는 깃털처럼 가벼운 "미스테리 에로틱 스릴러"다.

돈때문에 동생이 아내와 짜고 형을 죽이는게 시작이다.

적당한 섹스신위에 음모와 배신,반전과 역전을 빠른 속도로 엮어넣었다.

악녀위에 악녀가 있고 그위에 또다른 악녀가 버티고 있다.

아내도 거리낌없이 형의 정부로 "제공"하게 만드는 돈은 사랑에 앞서고 도덕이나 정의에도 우선한다.

영화는 물질만능주의에 야유를 퍼붓고 순진한 정의감을 조롱한다.

진지한 휴머니즘이 다 무어랴.

감독은 마지막 순간까지 정의를 믿는 관객들의 기대를 철저히 저버린다.

하긴 어쩌면 그쪽이 현실에 더 가까운 것인지도 모른다.

"권선징악"이라니,어디 요즘 세상에 구경하기가 쉬운 일인가.

출연 패트리샤 아퀘트,더모트 멀로니,돈 존슨등.

26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