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북측 방문단이 공항 출발을 위해 오전 7시30분께 숙소인 워커힐호텔 정문에 모습을 나타내자 호텔 광장 앞은 통곡의 도가니로 돌변했다.

경찰의 2중 저지선은 순식간에 무너졌고 얼싸안은 이산가족들의 오열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북측 가족들이 버스에 오른 뒤에도 남측 가족들이 차장에 매달려 버스는 한동안 떠나지 못했다.

일부 가족들은 손을 잡고 ''우리의 소원''을 합창하며 재회를 다짐했다.

<>.북한 여성박사 1호인 김옥배(67)씨의 여동생 영배(62)씨는 "어제 언니가 옷을 갈아입는 것을 봤는데 왼팔에 커다란 총상 흉터가 있었다"며 "분단의 아픔을 상징하는 것 같아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영배씨는 "고아나 다름없이 북녘땅에서 혼자 살아온 언니가 이제 다시 먼길을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저며 온다"면서 "살아 있어 다시 만나기를…"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전날 아내와 극적으로 만난 촬영감독 하경(74)씨의 여동생 철휴(66)씨도 하경씨의 얼굴이 야윈 것 같다고 울먹이며 "북에 있는 올케가 4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져 오빠가 고생이 심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워커힐호텔을 출발한 북측 이산가족 상봉단은 오전 9시께 시민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북측의 류미영 단장과 최승철 부단장 등 대표단 일행은 대기중이던 대한적십자사 봉두완 부총재와 만나 다정하게 손을 잡고 3층 귀빈실로 향했다.

이어 북측 상봉단의 공항 출국 절차도 매우 신속하게 진행됐다.

세관심사 보안검색 출국심사 등이 사실상 생략돼 이들은 공항 도착 뒤 10분여만에 대한항공 특별기가 연결돼 있는 출국장안 17번 게이트 앞에 집결했으며, 인원확인 등을 거쳐 오전 9시42분 비행기에 모두 탑승했다.

<>.이날 김포공항 출국장은 이산가족을 찾는 피켓이 홍수를 이루었다.

석옥자(59)씨는 의용군에 입대해 헤어진 오빠 석종칠(69)씨를, 정순례(60)씨는 작은 아버지 정윤섭씨를 애타게 찾고 있다는 내용을 적은 피켓을 들고 나왔다.

작은 아버지가 북에 계시다는 최현수(57)씨는 ''분단-비용'' ''통일-이득''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나와 "한반도가 분단돼 강대국이 이익을 많이 봤으니 통일에 대한 비용을 그들도 분담해야 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북측 인사들 일부는 3박4일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기자들을 알아차리고 악수를 건네기도 했다.

이산의 아픔이 깊숙이 배어 있는 ''시''로 전국민을 울렸던 시인 오영재(64)씨는 출국장을 빠져 나가는 순간 본지 기자를 알아보고 "꼭 다시 만나자"며 손을 굳게 잡았다.

오씨는 공항 출발 게이트 앞에서 ''서울을 떠나면서''란 제목의 메모를 남측 기자들에게 전달했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