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들의 건강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남북의 이산가족 대부분이 고령자인데다 반세기만에 가족을 만난 충격 때문에 혈압이 높아지거나 탈진 증세를 호소하는 사례가 속출, 의료진을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

평양에 체류중인 이근하(71)씨는 15일 상봉 이후의 충격 탓인지 밤사이 심한 고열과 기침에 시달리는 등 폐렴 증세를 보여 16일 오전 팔에 링거주사를 꽂은 채 식당에 나타났다.

이씨는 이날 식사를 마치자마자 곧바로 평양 친선병원으로 실려가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씨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오전 10시30분께 고려호텔로 돌아와 개별상봉에 참여했다.

남측 방문단의 대부분은 70대 이상의 고령인데다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해 가슴이 답답하다고 호소하는 가족들이 늘어나 의료진이 새벽까지 야간 진료를 돕는 등 평양 고려호텔 주변에는 밤새 긴장감이 감돌았다.

북측 조진용(69)씨를 만난 어머니 정선화(94)씨는 15일 오후 코엑스 단체 상봉장에서 한때 실신했다가 응급치료를 받고 1시간 뒤 겨우 기력을 회복, 휠체어에 의지한 채 만찬행사에 참석하기도 했다.

또 병원에서 암 투병중이던 이덕만(87)씨는 아들 안순환(65)씨를 만나기 위해 상봉장에 나왔다가 식사도중 기력이 떨어져 구급차에 실려 응급처치를 받았다.

이에 따라 서울과 평양의 의료진은 밤샘 진찰을 벌이거나 앰뷸런스를 대기시키는 등 ''비상작전''을 펴고 있다.

한적은 남측 방문단의 이산가족 1백명의 지병과 먹고 있는 약.병력 등 기초자료를 파악했으며 의료진도 매일 두차례 회진을 돌며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