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구 세상에,죽었는 줄 알았는데 살아오다니"

꿈 많은 여고시절 북으로 올라갔던 67세의 북한 무용가 김옥배씨와 남측의 어머니 홍길순(88)씨의 극적인 만남.50년 세월이 피눈물로 터져나왔다.

남과 북으로 헤어졌던 50년 세월,한시도 잊을 수 없었던 모녀는 그동안 쌓인 그리움을 한꺼번에 토해냈다.

북한이 자랑하는 무용가중 한 사람이자 율동학 박사로 성장한 딸 김옥배씨는 곱지만 주름잡힌 어머니 홍씨의 얼굴을 쓸어안고 설움에 복받쳐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흰색 저고리에 남색치마를 차려입은 옥배씨는 어머니에게 큰 절을 올리고 다시 오열했다.

남쪽의 어머니 홍씨는 꿈 많은 여고시절 맏딸의 아리따운 모습이 초로의 여인으로 바뀐 것을 보고 모진 세월을 실감했다.

홍 할머니는 방송사 아나운서가 마이크를 가까이 대고 만난 게 실감이 나는지를 묻자 그제서야 "만났어,아휴 정말 만났어"라며 말문을 맺지 못하고 옥배씨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옥배씨는 "뭐라고 말을 해야 하나,불효를 했는데.그렇지만 교수, 박사돼 가지고 왔으니 이제 효녀로 생각해 달라"며 어머니를 위로했다.

청계천가를 같이 뛰놀던 아름다운 시절을 기억하는 여동생 숙배(64)·영배(62)씨는 언니의 팔을 놓을 줄 몰랐다.

신경정신과 의사인 남동생 유광(56)씨도 "젊고 밝은 모습의 누님을 보니 너무 좋다"고 흐뭇해했다.

옥배씨는 집 근처인 YMCA 무용연구소에 연습을 하러 간다고 나간 뒤 소식이 끊겼다.

강창동 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