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 13일 오후 3시30분 현대건설의 자구계획과 현대자동차의 계열분리방안을 발표한 김경림 외환은행장의 표정은 밝았다.

고통스러웠던 싸움을 끝낸 듯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더워서 힘들었다"며 농담까지 건넸다. 이날 발표가 오후 3시로 잡혔다가 30분 연기되자 뭔가 잘못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돌기도 했다.

끝까지 반전을 거듭했던 현대 사태는 대통령의 한마디로 타결을 향한 발걸음이 빨라졌다.

협상이 지루하게 늘어지자 김대중 대통령은 개각 직후였던 8일 "주내에 현대문제에 관해 가시적인 성과가 있도록 노력하라"고 진념 경제팀에 지시,급물살을 탔다.

개각 당일 현대문제에 관해 정부가 현대와 직접 상대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도 상황이 긴박해지자 11일 저녁 정몽헌 현대 아산 이사회 회장을 직접 만나 설득했다.

정 회장도 실무진들에게 끝내기 협상에 주력하도록 요청,13일 새벽 3시30분께 협상이 타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의 유동성위기가 표면화되면서 자구노력으로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으로 막을 내리기까지 정부 및 채권단과 대우가 승강이를 벌인 것은 6~7개월.현대도 비슷한 꼴이 될까봐 시장은 불안 속에 떨었고 국민들은 긴장 속에 지켜봤다.

대우때보다 걸림돌이 많았다.

정주영 전 명예회장 3부자와 일부 전문경영인의 퇴진이라는 인적 청산 같은 미묘한 사안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현대의 발표내용중 인적 청산에 관해서는 명쾌한 결론이 없지만 금감위와 채권단이 자구계획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려 경제 전반에 깔려있던 불안감은 가실 것으로 전망된다.

관심은 시장의 호응과 외국인들의 반응이다.

14일 오전 주식거래가 시작되면 이날 발표에 대한 점수가 매겨질 것 같다.

외국은행들이 현대건설에 대한 여신을 연장해줄 것인지,한국에 대한 투자환경을 재조정할 것인지도 주목거리다.

현대는 발표 내용을 성실히 이행하고 정부와 채권단은 이를 철저히 관리 감독하는 일이 숙제로 남게 됐다.

경제부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