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단행된 한국 정부의 경제팀 개각은 미국에서도 큰 뉴스거리였다.

대부분의 신문과 통신들이 주요 뉴스로 다뤘다.

한국 경제가 미국 투자자들에게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개각 내용에 대한 미국 언론들의 보도는 그리 긍정적인 톤이 아니었다.

뉴욕타임스는 경제팀 수장을 맡게 된 진념 신임 재정경제부장관에 대해''개혁에 소극적인 인물(reluctant reformist)''이라고 평가했고,월 스트리트 저널은 진 장관이 역대 정권에서 세차례에 걸쳐 장관직을 수행하는 등 ''유연한'' 행보를 보여온 점을 들어 "그가 존경받는 경제 관리자이기는 하지만 기존 질서를 뒤흔들 수 있는 인물로 간주된 적이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미국 언론들이 한국 경제팀 수장의 개혁 성향 여부에 대해 이렇게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한국은 최근 현대 사태의 악화와 금융권 부실 심화 등으로 그 어느때보다도 개혁에 박차가 가해져야 할 시점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지난 2년여 동안 부실 은행 중에서 그나마 ''처리''된 것은 뉴브리지 캐피털사에 넘어간 제일은행 정도일 뿐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 투자자들에게 점점 ''늑대와 양치기 소년''으로 비쳐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이 ABN 암로은행의 마이클 호스버그 매니저의 말을 인용해 "한국의 개혁은 단지 표면 긁기에만 그치고 있다"고 폄하한 것은 그런 기류의 반영이다.

경제 전문 브리지 통신은 이와 관련,몇 가지 이유를 들면서 이번 개각이 시장에 미칠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첫째는 현대 사태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둘째로 현대의 개혁 향방이 여전히 불명확한 상황에서 시장 참가자들이 서둘러 신경제팀에 대해 평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셋째는 새로운 경제팀 구성원들의 면면이 기존 인사들에 비해 개혁 강도가 떨어질 것으로 판단된다는 점 등이다.

미국 언론들의 이런 참견을 ''기우''로 만들어 놓는 것이야말로 진념 경제팀의 몫이다.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