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의 앙골라 국가개발 프로젝트 수주는 컨트리 마케팅이 단순교역 위주로 운영되 온 종합상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점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삼성은 앙골라의 국가경제발전을 종합컨설팅하게되기까지 그동안 카자흐스탄의 동제련소와 루마니아의 스테인리스 공장 정상화,가나의 에너지사업등에서 국제적인 신뢰와 명성을 쌓아왔다.

이번 삼성과 앙골라 정부간 제휴는 그동안 주로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등 옛 식민지 종주국들이나 슈퍼파워국가 기업들의 몫이었던 "컨트리 마케팅"분야에 중진국 국가가의 기업이 뛰어든 극히 드문 케이스로 평가된다.

삼성물산은 지난 95년 카자흐스탄 정부로부터 파산 직전의 동 제련소인 카작무스의 위탁경영을 맡아 2년만에 세계적인 일관 동콤비나트로 성장시켰다.

또 카작무스는 올해 매출 7억2천9백만달러, 영업이익 2억5천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카자흐스탄 내 최대 기업이다.

지난 97년에는 경영난을 겪고 있던 루마니아의 스테인리스 공장인 오테리녹스사를 인수,올해 예상순익이 8백만달러에 이르는 고부가가치 사업장으로 탈바꿈시켰다.

가나에서도 지난 90년 1천2백만달러 규모의 석유제품 저장소를 수주한 것을 계기로 최근까지 8개 설비공사,공사비 5억달러의 수주 실적을 올렸다.

이들 3개 사업장이 사실상 삼성물산의 ''캐시카우(현금제조기)''이자 인터넷 등 신규사업의 투자재원인 셈이다.

단순교역의 경우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만 수익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게 국내 종합상사의 현실이다.

관계사 매출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사업구조상 단순 교역의 영업이익률은 0.5%도 안된다.

컨트리마케팅은 고도의 프로젝트 오거나이징 기법이 동원되고 천문학적 액수의 파이낸싱 기능이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사업 리스크도 큰 게 사실이다.

개발도상국이 주된 사업대상이기 때문에 상당한 국가위험도(컨트리 리스크)도 뒤따른다.

앙골라는 계속된 내전으로 인한 정치적 불안정성이,카자흐스탄과 루마니아도 자본주의체제를 받아들인 지 불과 10년 안팎에 불과한 국가들이다.

삼성물산은 이에 대해 세계은행(IBRD) 등 국제기구를 프로젝트에 적극 끌어들여 정치적 리스크를 분산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현명관 부회장이 세계은행의 자문위원으로 지난 6월 제임스 울펜손 총재와 만나 앙골라의 정치적 위험에 대한 보증을 요청,최대한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세계은행과 맺은 전문인력 교환프로그램(SEP)에 따라 직원을 세계은행 아프리카 담당부서에 파견해 놓은 상태다.

천문학적 액수의 시설공사비를 조달하고 국가위험도도 분산시키는 두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이다.

삼성은 우선 사업 타당성 조사를 실시한 뒤 이를 바탕으로 세계은행과 남아프리카개발은행(SADB) 등을 상대로 해외로드쇼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