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부 포항제철 회장과 치하야 아키라(千速晃) 신일본제철 사장은 2일 일본 도쿄 신일본제철 본사에서 경영 전반에 걸친 포괄적 전략 제휴 조인식을 가졌다.

세계 1,2위 철강회사인 포철과 신일철은 이날 △철강기술 개발 △제3국 합작사업 △정보통신분야 투자 및 신소재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공식 합의했다.

또 북한과 일본의 국교정상화가 이뤄지고 북한의 요청이 있으면 북한에서 공동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우선 양사는 적대적 M&A에 대응하는 등 경영권 안정을 위해 상호지분 보유한도를 늘리기로 했다.

현재 포철과 신일철은 각각 상대방 지분 0.24%와 0.54%씩을 보유하고 있는데 앞으로 18개월안에 상대방 지분을 1.8%와 3%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경우 상호주식 보유액은 각각 2억1천만달러(2일 현재 포철주가 기준)에 이르게 된다.

이날 조인식 후 유상부 포철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신일본제철은 포철 창립 이후 30년간 건설과 조업 부문에서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며 "전략적 제휴로 두 회사는 개발비용 절감과 비상시 소재공급,해외 공동투자에 따른 투자위험 경감으로 많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합의가 세계 철강업계의 구조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정부가 추진중인 산업은행 보유 포철 지분(6.84%) 매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강생산량 기준으로 포철과 신일철은 지난 99년 각각 2천6백50만t과 2천4백33만t을 생산,세계 1,2위를 기록했다.

◆포철,신일철 제휴 의의=''유럽과 미국의 추격에 맞서 동아시아가 뭉쳐 세계 철강시장의 주도권을 지키자''

포철과 신일철의 제휴는 유럽 철강업계의 글로벌 합병과 미국 철강회사의 e비즈니스를 내세운 새로운 도전에 대해 한·일 철강업계가 ''연합전선''을 구축한 것으로 봐야 한다.

양사는 세계 철강시장에서 유럽계 철강회사를 중심으로 글로벌 합병 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치고 미국의 베들레헴 LTV 등 철강사 주도로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메탈사이트가 구축되자 아성 구축에 위협을 느꼈다.

유럽 최대의 철강회사인 프랑스의 유지노(Usinor)사가 최근 독일 티센크룹(Thyssen Krupp)사의 철강 부문을 인수,총 3천8백65만t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 철강회사를 탄생시킬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략적 제휴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번 포철의 민영화에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포철 입장에선 신일철이 포철 지분을 3%까지 늘리게 되면 민영화 이후 2002년부터 동일인 소유한도 3%가 폐지되더라도 우호주주 확보로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신일철은 3% 지분제한 폐지 이전이더라도 산업은행이 포철 지분 6.84%를 해외에서 주식예탁증서(DR)로 팔 때 포철 지분을 살 수도 있다.

현재는 포철의 외국인 지분한도(30%)가 소진돼 한국시장에서 포철 주식을 살 수 없다.

두 회사는 포항제철소 건립 당시부터 협력관계를 맺어왔다.

지난 69년 포항제철소를 짓기 위해 구성된 국제제철차관단이 차관에 미온적인 자세를 보여 종합제철소 건설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을 때 가장 먼저 지원 의사를 밝힌 기업이 신일철의 전신인 야하타제철과 후지제철이었다.

정구학 기자 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