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기업에서 기획업무를 맡고 있는 최모(30) 과장은 경력 5년차 직원.

회사 업무 외에 짬짬이 다른 기업의 사업기획서를 만들거나 비즈니스 모델(BM)을 검토해 주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주로 퇴근후나 주말을 이용해 아예 호텔을 잡아놓고 일한다.

기획서를 검토해 주는 데는 주말을 꼬박 매달린다.

사업계획서 작성이나 BM 개발의 경우 짧게는 2~3주, 길게는 3개월이 걸린다.

수입도 만만치 않다.

주말 작업에 3백만~4백만원은 기본이며 장기 프로젝트를 맡으면 계약금과 함께 월 3백만~4백만원을 받는다.

인터넷 열풍을 타고 새로운 직업군이 등장하고 있다.

e비즈니스 업계에서 사실상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e랜서"(e비즈니스와 프리랜스의 합성어)가 바로 그들.

요즘 잘 나가는 웹마스터, 프로그래머, 엔지니어, 웹디자이너, 마케팅 전문가, 번역가, BM 기획자 등이 대부분 e랜서 그룹에 합류하고 있다.

아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나서거나 준비중인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들중에는 한 사람이 명함 2~3개를 가지고 다니는 경우도 많다.

<> e랜서가 뜬다 =벤처기업들이 밀집한 서울 강남 지역은 최근들어 교통체증이 밤늦게까지 이어지고 있다.

퇴근길 러시아워가 하루에 두번 벌어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귀가를 서두르는 저녁 6~8시에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역삼동 신사동 청담동 일대의 도로는 한발짝도 움직이기 어렵다.

이 시간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제2의 직장과 아르바이트를 위해 바삐 출근한다.

이들이 지친 발걸음을 집으로 옮기는 밤 11~12시께 강남 일대는 다시 한번 퇴근 전쟁에 휘말린다.

하루에 두번 출.퇴근하는 이들은 인터넷 등 정보통신(IT) 분야에 몸담고 있는 e랜서들이다.

e랜서들은 개인적인 아르바이트와 별도로 팀을 구성해 활동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한 회사의 팀이 외주를 받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가 하면 서로 다른 회사에 다니는 e랜서들이 임시 계약관계인 가상조직(Virtual Organization)을 만들어 과외일을 하기도 한다.

가령 웹페이지 제작을 요청받을 경우 잘 알고 지내는 웹기획자, 디자이너, 콘텐츠 기획자, 엔지니어 등이 한 팀을 구성하는 것이다.

e랜서끼리 업계 정보를 교환하고 사람과 일감을 소개해 주는 전문 네트워크와 웹사이트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대한프리랜서협회(www.freelancer.co.kr), 한국프리랜서그룹(www.freelancergroup.co.kr), 서울프리랜서(www.sfg.co.kr) 등 일반적인 프리랜서 모임은 물론 코리안드림넷(www.koreadream.net), 웹디자이너세상(www.id235.com), 넷다이브(www.netdive.net) 등 인터넷 프리랜서 전문 사이트도 등장하고 있다.

<> 전망 =회계사 김모(39)씨는 회계법인에 근무하면서 자기 회사를 차리기 위해 1년전부터 준비하고 있다.

회계 관련 인터넷 서비스를 계획중인 그는 퇴근후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느라 밤 12시 이전에 집에 들어간 기억이 별로 없다.

프리랜서로 뛰고 있는 프로그래머 2명을 확보해 솔루션 개발을 거의 마치고 올 가을에 독립할 예정이다.

이처럼 e랜서의 영역은 인터넷 기업의 전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엔지니어나 마케팅 요원은 물론 PR이나 IR 분야의 인력도 한 직장에 머무르지 않고 프리랜서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실제 홍보 인력을 프리랜서로 고용하는 벤처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게다가 특별히 돈벌이가 되지 않아도 경력을 쌓고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는 직장인들도 많다.

벤처라는 트렌드에 조금이라도 발을 담그면서 앞날을 기약하려는 것이다.

또 뜻이 맞는 사람끼리 스터디그룹을 만들었다 e랜서 팀으로 변신하는 경우도 많다.

아이리스21 윤준수 대표는 "강남 지역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e비즈니스 관련 스터디모임이 e랜서를 양산하는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며 "e비즈니스의 라이프사이클이 짧아지고 시장규모가 커질수록 e랜서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