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북한과 미국의 사상 첫 외무장관회담은 양국관계의 획기적 발전가능성을 시사하는 사건이다.

양국의 최고위 외교당국자가 공식 대좌함으로써 양국관계를 공식화하는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날 회담에서 양측은 현안에 대한 구체적 합의보다는 서로의 입장을 파악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회담에 들어가기 전 백남순 외무상은 "올브라이트 장관이 만나자고 했으니 뭔가 말할 것이고 우리도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회담후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도 "이번 회담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상징적이고 역사적인 과거의 적대감에서 벗어나 상호이견을 해소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공동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이번 만남의 목적은 관계 정상화에 대한 관심사를 재확인하고 그동안 다른 레벨에서 논의됐던 핵심이슈들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측이 우선 관계정상화를 위한 양국의 의지를 재확인하고 수교에 이르기까지 대화를 지속하자는 큰 틀에 합의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오는 9월초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때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 위원장의 직위에 걸맞은 미국 고위인사와의 회동 및 양국 외무장관간 재접촉 등을 협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양국간 현안도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백 외무상은 테러지원국 명단 제외문제와 대북경수로 건설지연에 대한 보상문제 등을 거론했고,올브라이트 장관은 북한의 미사일 문제가 투명성을 확보해야 대북수교와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담은 합의내용이나 현안에 관한 진전 여부에 관계없이 서로의 의중을 확인하고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첫걸음을 내디딘 것만으로도 역사적 의미가 크다는 것이 외교 전문가들의 평가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