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감시대] (122) 제1부 : 1997년 가을 <11> 여인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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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홍상화
진성호는 웨이터를 불러 "화이트 러시안" 칵테일을 두 잔 시켰다.
"사업을 하다보면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나요?"
"이번만큼 심각한 일은 내 생애에 처음이에요"
진성호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자신이 말한 대로 자신의 생애 중 가장 심각한 일이 결판나는 날 이미지와 같이 있게 된 것이 우연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오늘밤 소식이 전해질 때까지 나하고 같이 있어줄 수 있어요?...왠지 모르지만 이미지씨와 있으면 위안을 얻을 것 같아요"
이미지가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나 그것은 진성호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이미지가 그에게 보인 눈물이,그리고 억지로 눈물을 감추려 했던 그녀의 태도가 그녀에게만은 자신도 강하게 보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갖게 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사실 그는 그날밤만큼은 누구에게도 강하게 보일 힘이 없었다.
그때 웨이터가 주문한 화이트 러시안 칵테일 두 잔을 가지고 왔다.
"미국 출장은 괜찮았어요?"
이미지가 칵테일을 들면서 물었다.
"좋았어요...투자자들과 회의중 재미있는 대화가 있었어요.
어느 투자자가 자본주의는 외로워서 살기 어려운 제도이고 공산주의는 지루해서 살고 싶지 않은 제도라는 말이 있는데 동의하냐고 묻더군요"
진성호는 순간적으로 쑥스러움을 느꼈다.
이미지와 나누기에 적합한 대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다음 순간 자신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대한 법망이 조여올 때의 외로움.
그것은 당해본 사람이 아니고는 도저히 이해하기 불가능한 듯했다.
그러나 자신은 그 외로움을 이겨내야 하고 그것만이 한국에서 사업을 할 수 있는 길이라고 자신에게 다짐했다.
두 사람은 칵테일을 마셨고 진성호는 똑같은 칵테일을 두 잔 다시 시켰다.
"자본주의가 왜 외롭죠?"
이미지가 물었다.
"경쟁 때문이지요. 누구나 경쟁자로서 상대방을 파멸시키지 않으면 자신이 파멸한다고 생각하게 하는 게 자본주의의 경쟁이지요"
진성호는 오늘 밤만큼 자본주의에 대해,특히 한국식 자본주의에 대해 환멸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가 처해 있는 위기 때문이었다.
"그럼 자본주의가 좋은 제도라고 할 수 없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인간의 본성에 가장 맞는 제도지요. 상대방을 파괴하려는 게 인간의 본성이에요. 인간은 지구상에서 가장 잔혹한 동물이에요. 그것은 과거의 역사가 증명했고 앞으로도 계속 증명할 거예요"
"어떤 역사가요?"
"20세기에서만 어떤 일이 일어났나보세요. 독일 나치는 유태인들을 500만이나 학살했어요. 일본은 중국에서 무자비한 학살을 감행했고요. 미국은 일본의 두 도시에 원자탄을 터트렸잖아요"
"그럼 해결방법은 뭐지요?"
"사랑을 하는 거예요. 인간은 사랑할 때만 잔인한 속성을 버리게 되지요"
남자가 위기에 처해 있을 때는 겸손해지고 겸손함만이 사랑하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진성호는 실감했다.
진성호는 웨이터를 불러 "화이트 러시안" 칵테일을 두 잔 시켰다.
"사업을 하다보면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나요?"
"이번만큼 심각한 일은 내 생애에 처음이에요"
진성호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자신이 말한 대로 자신의 생애 중 가장 심각한 일이 결판나는 날 이미지와 같이 있게 된 것이 우연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오늘밤 소식이 전해질 때까지 나하고 같이 있어줄 수 있어요?...왠지 모르지만 이미지씨와 있으면 위안을 얻을 것 같아요"
이미지가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나 그것은 진성호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이미지가 그에게 보인 눈물이,그리고 억지로 눈물을 감추려 했던 그녀의 태도가 그녀에게만은 자신도 강하게 보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갖게 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사실 그는 그날밤만큼은 누구에게도 강하게 보일 힘이 없었다.
그때 웨이터가 주문한 화이트 러시안 칵테일 두 잔을 가지고 왔다.
"미국 출장은 괜찮았어요?"
이미지가 칵테일을 들면서 물었다.
"좋았어요...투자자들과 회의중 재미있는 대화가 있었어요.
어느 투자자가 자본주의는 외로워서 살기 어려운 제도이고 공산주의는 지루해서 살고 싶지 않은 제도라는 말이 있는데 동의하냐고 묻더군요"
진성호는 순간적으로 쑥스러움을 느꼈다.
이미지와 나누기에 적합한 대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다음 순간 자신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대한 법망이 조여올 때의 외로움.
그것은 당해본 사람이 아니고는 도저히 이해하기 불가능한 듯했다.
그러나 자신은 그 외로움을 이겨내야 하고 그것만이 한국에서 사업을 할 수 있는 길이라고 자신에게 다짐했다.
두 사람은 칵테일을 마셨고 진성호는 똑같은 칵테일을 두 잔 다시 시켰다.
"자본주의가 왜 외롭죠?"
이미지가 물었다.
"경쟁 때문이지요. 누구나 경쟁자로서 상대방을 파멸시키지 않으면 자신이 파멸한다고 생각하게 하는 게 자본주의의 경쟁이지요"
진성호는 오늘 밤만큼 자본주의에 대해,특히 한국식 자본주의에 대해 환멸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가 처해 있는 위기 때문이었다.
"그럼 자본주의가 좋은 제도라고 할 수 없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인간의 본성에 가장 맞는 제도지요. 상대방을 파괴하려는 게 인간의 본성이에요. 인간은 지구상에서 가장 잔혹한 동물이에요. 그것은 과거의 역사가 증명했고 앞으로도 계속 증명할 거예요"
"어떤 역사가요?"
"20세기에서만 어떤 일이 일어났나보세요. 독일 나치는 유태인들을 500만이나 학살했어요. 일본은 중국에서 무자비한 학살을 감행했고요. 미국은 일본의 두 도시에 원자탄을 터트렸잖아요"
"그럼 해결방법은 뭐지요?"
"사랑을 하는 거예요. 인간은 사랑할 때만 잔인한 속성을 버리게 되지요"
남자가 위기에 처해 있을 때는 겸손해지고 겸손함만이 사랑하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진성호는 실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