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SJ ''닷컴 붕괴이후 달라지는 모습'' 특집 ]

최근 미국에서는 "닷컴기업"으로 대표되는 인터넷거품이 제거되면서 이에따른 여러가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닷컴기업은 더이상 일확천금의 상징으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

닷컴몰락으로 실업자도 양산되고 있다.

앞을 다투어 인터넷기업으로 몰리던 MBA(경영학석사)들도 투자은행 컨설팅회사 등 구경제기업으로 다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8일 "닷컴 붕괴이후"라는 제목의 특집기사에서 이같이 보도했다.

3개면에 걸친 이 특집내용을 소개한다.

<>닷컴 신화가 사라지고 있다

신생 닷컴기업들이 줄줄이 문을 닫자 실업자가 쏟아지고 신생기업에 거대한 돈을 투자했던 상당수의 투자자들은 재산을 날리고 있다.

이제 인터넷업체들의 기업공개는 더 이상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환상특급이 아니다.

아이디어만으로 일확천금을 버는 것은 옛말이며 "아이디어는 싸도(아이디어를 내기는 쉬워도) 경영은 비싸다(어렵다)"는 말이 회자된다.

인터넷과 스톡옵션은 "자만과 야망과 경험부족의 합작품이었으며 아주 치명적이었다"는 푸념도 나온다.

불과 몇달전만해도 신생기업들은 몇주만에 기업을 만들고 몇달만에 수백만달러의 자금을 너무 쉽게 끌어모았다.

경고의 목소리는 그 속에서 묻혀 들리지 않았다.

성공의 신화는 유행처럼 퍼지고,그 속에 뛰어들지 않으면 마치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 같은 풍조가 사회에 만연했다.

그러나 인터넷은 결국 "신기한 기능을 가진 반짝이는 새 장남감"이었던 셈이다.

<>인터넷광고회사 좋은 시절은 갔다

닷컴기업들의 전성시대가 지나가면서 인터넷 광고회사들의 경기도 시들해졌다.

특히 닷컴기업들이 몰려있는 샌프란시스코의 소형 광고회사들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수백만달러의 매출을 올렸지만 불과 몇달사이에 닷컴 기업들로부터의 광고 수주감소로 애를 먹고 있다.

이에따라 일부 광고회사들은 광고수주를 위해 비(非)인터넷 기업들을 찾아나서고 있다.

광고회사 관계자들은 올가을 시즌 닷컴기업들의 광고비 지출이 지난해에 비해 35~40%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닷컴기업에서 해고된 사람들 갈 곳이 없다.

닷컴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지면서 직장을 잃은 사람들은 새로운 인터넷기업의 문을 두드리고 있으나 모두가 허리를 졸라매는 상황에서 재취업은 하늘의 별따기다.

샌프란시코의 한 취업알선회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닷컴기업들이 최소한의 필요인원으로 회사를 슬림화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젊고 유능한 대학졸업자도 요즘에는 인터넷관련 기업에 취직하기 위해서 몇개월씩 기다려야 하고 그래도 취직이 된다는 보장이 없다.

물론 아직도 정보기술 관련 전문가와 경험이 풍부한 상위 관리직에 대한 수요는 그런대로 있지만 웹컨텐츠나 마케팅분야 전문가에 대한 수요는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MBA들 닷컴기업 기피한다.

지난달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에서 MBA과정을 마친 올해 29세의 히스 플록은 지난해 한 컨설팅사로부터 입사제의를 받았으나 이를 거절했다.

닷컴기업으로 가고 싶은 희망 때문이었다.

그는 올초 B2B전자상거래를 하는 한 닷컴기업에 파트타임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두달전 문을 닫고 말았다.

그는 "불과 몇달전만해도 닷컴에 가기만 하면 단기간내에 엄청난 돈도 벌고 출세할 줄 알았는데 지금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에게 입사를 제의했던 컨설팅회사에 다시 연락을 하는 신세가 돼 버렸다.

지난해만해도 대부분의 경영학석사 과정 졸업자들이 닷컴기업행 열차를 탔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전통적으로 MBA출신을 많이 뽑던 투자은행 컨설팅업체 등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신생 닷컴기업에 합류하기 위해 휴학했던 학생들도 줄줄이 학교로 돌아오고 있다.

< 김선태 기자 orca@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