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후 7시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호텔.

넥스존의 강성진, 네이버컴의 이해진, 한게임커뮤니케이션의 김범수, 파텍21의 김재하, 이비전의 장혜정씨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인터넷 벤처사업가 20여명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들의 회동은 삼성SDS 출신의 IT(정보기술) 모임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들은 곧바로 "SDS포유 CEO 커뮤니티"라는 이름의 대표자 모임을 결성하는 한편 3천여명에 달하는 삼성SDS 출신 IT분야 인맥 네트워크망을 구축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에 앞선 지난달말 테헤란로변에 위치한 상제리제빌딩에서는 또 다른 삼성 출신 인터넷 벤처모임이 있었다.

이금룡 옥션 사장을 비롯 시큐아이의 오경수, 씨앤텔의 한동수, 퓨처웍스의 최규철 사장 등이 참석했다.

삼성물산 출신이 중심이었지만 범(汎) 삼성 벤처모임이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삼성 OB사단이 국내 IT분야 최대 계보로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개인적인 친분에 따라 제한적으로 이뤄지던 삼성 출신 벤처기업 모임이 출신사(社)별로 조직화, 대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삼성SDS의 경우 본사 차원에서 OB벤처모임을 지원하고 이들과 사업제휴를 갖는 등 직접적인 관리에 들어갔다.

이같은 "삼성 인맥엮기" 작업은 IT분야에 "삼성맨"들의 유입이 크게 늘자 보다 체계적인 인적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삼성 출신들간 사업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최근 2~3년 사이에 삼성에서 빠져 나온 인력 2만여명 대부분이 IT분야로 옮겨 왔으며 이중 대표이사급만 2백여명이 훨씬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삼성내 최대 벤처인맥 "SDS" =삼성SDS는 삼성내에서도 유명 IT벤처사업가들을 가장 많이 배출해냈다.

그리고 모임도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본사 업무 자체가 "e비즈"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들 SDS 인맥의 정점에는 김종환 다우기술 사장과 강세호 유니텔 사장이 서 있다.

김 사장은 유니텔 탄생의 주역이며 강 사장은 소프트창업자문 대표 시절 방대한 인터넷 벤처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들은 2선에서 측면 지원자 역할만을 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인맥구축의 구심점 역할은 강성진 넥스존 사장과 윤용 셀피아 사장이 담당하고 있다.

SDS에서 소프트웨어 사업팀장을 지낸 강 사장은 최근 만들어진 "SDS포유 CEO 커뮤니티" 회장을 맡으며 SDS OB네트워크를 주도하고 있다.

또 유니텔 전자상거래 시스템 "유니플라자"를 기획했던 윤 사장은 SDS 친목 모임은 물론 사업 제휴모임 등을 가장 적극적으로 이끌어 온 인물로 꼽힌다.

SDS네트워크의 주요 멤버로는 네띠앙의 홍윤선, 엔써커뮤니티의 최준환, 인포구루의 조남주, 파이널데이터의 이재홍, 웹투폰의 이양동 사장 등 30여명이 있으며 네이버컴의 이해진 사장과 한게임커뮤니케이션의 김범수 사장은 92년 입사동기로 최근 합병까지 이뤄냈다.

<> 마당발로 쫙 찬 "물산" 출신 =이금룡 옥션 사장이 맏형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77년 삼성물산에 입사, 22년간 재직했으며 98년 인터넷사업팀장을 맡은뒤 사이버몰인 "삼성몰" 등을 출범시킨 주인공이다.

이 사장이 지난 3월 인터넷기업협회장에 선임된 뒤에는 오경수 시큐아이닷컴 사장이 물산 모임을 주도하고 있다.

오 사장은 물산에서 6년, 비서실에서 8년간 근무하면서 삼성그룹 인트라넷 구축을 기획하고 주도한 인물이다.

이들 두 사람은 물산 OB모임의 최고참으로 분류되는 한솔CSN의 김홍식 사장과 90년대초 그룹 비서실 전략기획팀에서 호흡을 맞춘 인연을 갖고 있다.

이때 팀장은 김 사장.

국내 커뮤니티 업계의 선두주자인 프리챌의 전제완 사장도 물산과 비서실을 거쳤다.

그룹 인사시스템 등을 기획한 공로로 지난 94년 제1회 자랑스러운 삼성인상을 받은 인물.

김 사장은 화술과 친화력 부문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오 사장은 그룹시절부터 마당발로 통했다.

전 사장도 특유의 언변으로 삼성내외에 방대한 인맥을 갖추고 있으며 오 사장과는 "형, 동생"하는 사이다.

씨앤텔의 한동수, 퓨처웍스의 최규철, 한컴리눅스 박상현, 클라우드나인의 정원규, 아르파넷의 김귀남, 인터벤처의 유효상, 드림챌의 김용진 사장 등이 삼성물산 출신의 주요 벤처사업가들이다.

<> 기술 중심의 각개 약진파 "전자" =삼성전자는 삼성내 최대 기업으로 가장 많은 인력을 보유하고 상대적으로 많은 인력을 배출했음에도 불구, SDS나 물산에 비해 두각을 나타내는 IT 벤처인이 적다.

회사를 떠난 인물 가운데 기술직이 대부분이어서 벤처기업의 CEO보다는 개발직 임원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벤처 기업을 직접 설립했을때도 본사와 기술적으로 경쟁관계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전자 출신간 모임이 따로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전자 OB들의 구심점 역할을 할수 있는 인물로는 클릭TV의 정용빈 사장이 꼽힌다.

지난해 삼품전략팀장을 끝으로 전자를 떠나기까지 21년동안 마케팅과 기획 분야에 주로 종사해온 기획통이다.

정 사장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인터넷TV 서비스 개시가 원만히 이뤄지면 전자 출신모임을 주도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와이드텔레콤의 김재명 사장은 전자 연구원시절 통신분야 1인자로 꼽히던 인물이며, 롯데그룹 "패밀리"인 제이텔의 신동훈 사장은 국내 최초로 개인통신단말기(PDA)를 개발한 주인공이다.

또 공학박사 출신인 한상기 벤처포트 사장은 컨설팅을 통해 자연스럽게 인맥을 넓혀가고 있으며, 심스밸리의 심윤태 사장은 "보이스펜" 상용화에 성공한뒤 최근 코스닥 등록을 승인받아 돈방석에 앉았다.

이밖에 지오인터랙티브의 김병기, 예쓰월드의 김동필, 그래텍의 송길섭, 웹플래닛의 권혁, 한별텔레콤의 신민구, 트러스콤의 김지윤 등이 주요 멤버들이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