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의 마늘분쟁이 정부의 수입규제 정책 전반을 뒤흔들어 놓고 있다.

수입피해구제기능을 맡고 있는 산업자원부 무역위원회(KTC)는 쏟아져 들어오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그로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국내 산업계의 원망만을 뒤집어 쓰고 있다.

거대한 시장과 힘의 논리로 무장한 중국이라는 특수한 나라와의 미묘한 통상관계 때문에 수입규제정책이 실종된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입규제와 관련한 무역위원회의 심의를 전문성이 부족한 비상근 위원들이 맡고 있는데 대한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 외풍에 흔들리는 수입규제 =당장 중국과의 마늘분쟁 여파로 무역위원회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관세 부과 및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을 위한 조사와 심의 일정이 상당기간 연기된 상황이다.

중국측의 무역보복 조치를 우려하는 상당수 정부 부처들이 수입규제 자제를 요청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마늘분쟁처럼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다는 통상정책의 오류라는 비판을 받을까봐 우려하는 다른 부처들의 입장을 감안해 주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따라 신규 제소신청의 경우 KTC에 서류접수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관련 업계에선 저가 수입품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다고 아우성이지만 정부는 소탐대실이 우려된다며 업계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과는 무역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만큼 마찰 소지를 줄이는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마늘분쟁의 예에서 보듯 9백만달러 규모의 마늘수입을 줄이려다 당장에 5억달러가 넘는 폴리에틸렌 및 휴대폰 시장을 잃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마늘분쟁이 시작된 배경에도 정치권의 압력이 작용했다는 추측도 나돈다.

정부는 지난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마늘농가의 표를 의식한 정치권 요청이 무역위원회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이와관련,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KTC가 수입 규제를 취하기 위한 조사와 심의, 결정을 외풍에 영향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KTC의 권고를 받아들일지 여부를 대통령이나 재정경제부 등이 결정토록 하고 이에대한 책임도 지도록 하면 지금과 같은 수입규제 심의가 사실상 중단되는 사례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 전문성이 부족한 수입규제 심의 =KTC의 수입규제 심의는 모두 8명의 위원이 맡고 있다.

상근직은 산자부 소속의 김재현 상임위원(1급) 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비상근 위원으로 수입규제 관련 심의가 있을 때만 업무를 챙기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현재 KTC가 비상임 위원을 중심으로 운영됨으로써 체계적인 수입규제 심의에 어려움이 있다고 보고 상임위원 수를 3명 정도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수입규제에 관한 심의는 덤핑수입인지 여부에서 부터 값싼 수입품으로 인해 국내 산업계가 피해를 입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혀 내야 하는 전문적인 작업"이라며 "비상임 위원을 중심으로 KTC가 운영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KTC가 독자적인 권한을 갖기 위해선 미국처럼 완전 독립기구화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KTC는 고유 업무가 산자부와 무관하게 이뤄지지만 예산과 사무국 인사는 산자부 장관 관할아래 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