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동 대한적십자사 2층 강당에 17일 마련된 상봉대상자 확인창구에는 이날 오전 일찍부터 북측 이산가족의 생사를 확인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산의 한이 길고도 깊은 만큼 북에 있는 부모형제의 생사를 확인한 이산가족들의 사연도 가지가지였다.


<>.북한 적십자회가 통보해온 이산가족 방문단 후보명단에는 북한에서 이름난 학자와 예술인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17일 밝혀졌다.

학계에서는 류렬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 실장과 조주경(68) 김일성종합대학 교수 등이 포함됐다.

류씨는 북한의 대표적인 원로 국어학자이며 조 교수는 북한에서 최고의 과학자에게 주어지는 "인민과학자" 칭호를 받은 수학계의 거봉이다.

김영황(69)씨도 북한 어문학 계열에서 손꼽히는 권위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북한 방직부문 기술의 대가인 조용관(78)씨,하재경(65) 김책공업종합대학 강좌장,김봉회(68) 한덕수평양경공업대학 강좌장 등도 북한에서는 학계의 거물들이다.

예술계에서는 정창모(68) 만수대창작사 조선화창작단 화가,오영재(64)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 시분과위원회 시인,김점순(67) 국립민족예술단 성악지도원,김옥배(62) 평양음악무용대학 교수,박섭(74) 인민배우 등이 방문단에 들어있다.

이들 외에 황의분(84)씨는 북한이 주체섬유로 일컫는 "비날론"을 개발한 화학자 리승기 박사(96년2월 사망)의 아내다.

또 홍응표(64)씨는 평양시내 의류상점에 물자를 공급하는 평양 직물도매소 지배인으로 일하고 있으며 "국가수훈"을 받았다.


<>.북한의 이산가족중 일부는 남한 가족의 최근 소식을 상세히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영훈(69)씨는 남쪽에 살고 있는 형인 전 국회의원 주영관씨를 찾으면서 "세계일보 근무"라고 적어놓았다.

또 이종원(71)씨는 남한의 동생들이 건설업체와 엔지니어링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적었을 뿐 아니라 24살 된 조카가 다니는 대학과 학과의 이름까지 밝혔다.

특히 비날론 발명가인 이승기박사의 부인 황의분(84)씨는 조카들이 서울대 음대교수와 한양대교수,건축설계사업소 대표 등을 하고 있다고 현직을 밝혀왔다.

이들은 대부분 북한내 유력인사이기 때문에 당국으로부터 남한내 가족들의 소식을 들었거나 제3자를 통해 가족들의 근황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