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파업이 하루만에 끝났다.

파업으로 인한 국가경제의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목적에서 양측이 한발씩 물러서 결실을 맺은 것이다.

양측이 합의한 주요내용을 정리한다.

<> 금융지주회사법 =이번 사태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사항인 "금융지주회사법 제정"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측 의견이 받아들여졌다.

금융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지주회사법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을 노조가 수용한 것이다.

정부는 금융지주회사법 제정을 통해 2차 금융구조조정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은행을 지주회사를 통해 보호하면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었다.

이런 계획이 노조의 반대로 무산될 경우 정부는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최악의 상황으로 몰릴수 있다고 우려, 지주회사법 제정에 대해서는 물러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지주회사법을 은행간 강제합병수단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대원칙을 정부가 문서로 명문화하기로 했다.

이에따라 정부는 한빛과 조흥은행 등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에 대해서는 독자생존의 기회를 먼저 주기로 했다.

각 은행이 제출한 자구노력을 면밀히 검토해 지주회사로 묶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다.

노조측은 정부에 도입시기를 10월 정기국회로 연기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정부는 국회에서 논의할 사항이라고 답변, 명문화하지는 않기로 했다.

<> 예금보호 한도 =내년부터 예금보호한도를 2천만원으로 줄이기로 한 정부 방침에 대해 노조는 3천만-4천만원으로 상향조정할 것을 요구했다.

정부는 예금보호한도 축소가 금융구조조정의 핵심인 만큼 물러설수 없다고 주장하고 설령 바꿀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문제라고 설득했다.

정부와 노조가 합의해 조정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와 노조는 경제사정에 따라 신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수준에서 타협을 봤다.

<> 관치금융 청산 =관치금융청산특별법을 제정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가 지금까지 관치금융 타파를 위해 노력해 왔다는 점을 노조가 인정한 것이다.

정부는 대신 앞으로 금융시장에 정책적인 개입을 할 때 행정을 투명하게 집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 개입의 불가피성을 노조가 받아들인 대신 정부는 문서화 등을 통해 행정지시를 투명하게 내리고 그 결과에 따른 부실도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과도한 법령상 규제는 규제개혁차원에서 철폐하고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금융정책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 과거 不實처리 =정부개입에 따른 부실문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하기로 약속했다.

정부가 약속한 부실정리는 크게 세가지다.

과거 92년 정부가 지급보증 서고 은행이 러시아에 빌려준 경협자금 17억달러(이자포함) 가량은 조기에 대지급하기로 했다.

또 종합금융사 퇴출때 은행이 종금사에 빌려준 콜자금 4조여원을 예금보험공사가 대지급키로 했다.

이밖에 수출보험공사가 보증선 대우채권 4천4백억원도 정부가 책임지고 대지급키로 했다.

정부는 이같은 대지급문제는 공적자금이 들어가는 것인 만큼 국회 동의 등 관련 절차를 거쳐 빠른 시일내에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