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들의 긴급제언] (1) 박성상 <前 한국은행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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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1923년 생
<>국민대,미국 아메리칸대 경제학과 졸업
<>니혼대학교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이사
<>국제경제연구원장
<>산업경제기술연구원장
<>아시아경제연구원장
<>중소기업은행장
<>한국수출입은행장
<>산업연구원장
<>대우증권 고문
<>수출입은행 동우회 회장(현)
<>주요저서: 성장과 발전,북방총람
---------------------------------------------------------------
의료대란에 이어 은행 파업을 둘러싼 노정갈등이 일촉 즉발의 국면으로 치달으면서 금융대란을 예고하고 있다.
금융구조조정도 벽에 부닥쳤다.
일부 사업장 노조는 사용자를 감금하고 폭행하는 사태를 빚기도 했다.
법질서는 실종되고 경제 사회전반에 걸쳐 집단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부는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채 원칙없는 행동과 잦은 말 바꾸기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자금경색이 한 고비를 넘겼다지만 중견기업들은 여전히 신용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기가 둔화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일부 사회계층의 낭비는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한국경제신문은 경제 사회의 난맥상을 헤쳐나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하기 위해 분야별 원로들과의 시리즈 대담을 마련했다.
그 첫회로 박성상 전 한국은행 총재를 고광철 경제부장이 만나 금융불안의 원인과 처방에 관해 들어봤다.
박성상 전 한국은행 총재가 한국금융에 대해 내리는 진단은 명쾌하다.
최근 한국경제의 불안은 금융시스템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취약성이 치료되지 않은데 따른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금융 구조조정을 추진하더라도 고용 안정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국태민안의 미학을 역설했다.
그는 "세계 어느나라에도 금융파업은 유례없는 일"이라며 노조의 자제를 당부하면서도 일자리를 잃을 것을 우려하는 노조원들의 불안을 정부도 어느 정도 감안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 한국 금융불안 원인과 처방 ]
<> 만난사람 =고광철 경제부장
-은행노조의 총파업 계획으로 금융시장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세계 어느나라에서도 금융노조가 전면적인 파업에 나서 금융기능이 마비된 일은 없었습니다.
경제의 혈맥인 금융이 멈추면 경제전반에 깊은 주름이 패입니다.
정부와 노조가 한발씩 물러나 파업사태만은 막아야 합니다"
-파업의 불씨는 어디에서 비롯됐다고 보십니까.
"정부와 노조 모두에게 이유는 있습니다.
정부는 구조조정을 통해 은행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명분을 내걸었습니다.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금융계 직원들은 고용 불안에 떨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동료들의 3분의 1이 잘려 나가는 광경을 목격한 그들입니다.
방향이 옳아도 국민생활에 불안감을 키우는 정책은 환영받지 못합니다"
-정부 경제팀이 말을 바꿔 시장의 신뢰를 잃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가 조급증에 걸려 있습니다.
정부는 국민이 편안해야 나라가 태평하다는 진리를 명심해야 합니다.
잘 만들어가는 것도 좋지만 국민들을 편안하게 해줘야 합니다.
정책이 국민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면밀하게 파악한 뒤 시행해야 합니다"
-구조조정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영국의 예를 들어 보죠.영국은 한때 12진법을 썼습니다.
12페니가 1실링이었죠.얼마나 복잡합니까.
10진법으로 바꾸는게 불가피했습니다.
하지만 10년을 잡았습니다.
장기계획에 따라 점진적인 화폐개혁을 택한 것이죠.한꺼번에 모든 것을 고치려다가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수 있습니다"
-올들어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어긋난 금융제도가 주범입니다.
금융의 일차적인 책무는 국민의 금융재산을 건전하게 관리하는데 있습니다.
또 그 돈이 꼭 필요한 생산활동에 흘러들어 국민경제가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금융환경이 아무리 바뀌어도 만고의 진리입니다.
이같은 선순환을 만들기 위해선 건전한 금융제도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특히 국민의 재산을 건강하게 관리하기 위해선 건전한 융자제도가 뿌리내려야 합니다"
-97년말 금융위기도 부적절한 대출관행에서 비롯된 것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특히 제2금융권이 문제였죠.은행예금은 상대적으로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쳐 대출됩니다.
반면 제2금융기관들은 90년 이래 정부의 금융자율화 정책에 따라 눈을 감은 채 융통어음 한장만으로 수조원의 대출을 내줬습니다.
대신 2% 가량 더높은 이자를 챙겼죠.위험이 수반된 이같은 융자관행이 경제전체를 부실덩어리로 만들었습니다"
-IMF체제 이후 금융제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IMF는 구조조정 과정을 통해 금융시장 상황이 안정돼가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취약성은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는 게 저의 견해입니다.
중병을 앓고 있는 환자(부실금융기관)에 1백조원이 넘는 진통제(공적자금)를 투입해 금융시장의 일시적인 고통을 치유했을 뿐입니다"
-근본적인 처방은 무엇입니까.
"불건전한 돈으로 부실 융자를 하지 못하도록 은행중심의 금융 패러다임이 뿌리내려야 합니다.
융자심사를 엄격히 하는 곳은 은행입니다.
제2금융권은 그 일을 제대로 하기가 어렵습니다.
외환위기 전엔 전체 예금중 60%가 종금사 보험사 증권사 같은 제2금융권에 몰려 뒤따른 위기의 불씨가 됐습니다.
은행중심의 건전한 금융제도를 도입한다고 하면 금융산업노조들도 좋아할 겁니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작업이 겉돌면서 해당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기업이 돈을 너무 많이 빌려 경제위기를 초래했다고들 말합니다.
오진입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제도가 잘못된데 있었습니다.
기업은 벤처사업가들의 속성을 갖고 있습니다.
모험을 택하기 마련입니다.
눈에 보이는 돈은 모두 빌려 사업을 하고 싶어 합니다.
돈이 없던 개발연대시절엔 더욱 그랬죠.그걸 못하도록 하는 게 제도입니다.
왜 운전자들에게 안전벨트를 착용하라고 합니까.
제도로 국민 생명을 지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금융시장의 안전벨트 역할을 할 수 있는 금융제도를 확립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예금자 보호한도 축소조치를 놓고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내년 1월부터 예금자 보호한도가 2천만원으로 줄어드니까 예금주들은 안전성을 따집니다.
때문에 돈이 제2금융권에서 빠져나와 은행으로 들어갑니다.
종금사 신용금고 등 은행보다 신뢰가 낮은 금융기관들은 난리입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늦출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국민 세금으로 파산 금융기관 예금 모두를 갚아주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습니다"
-금리가 연중 최저치 경신행진을 거듭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돈가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돈이 돌지 않아서 생긴 일입니다.
은행들에게 BIS(국제결제은행) 비율이란 획일적인 잣대를 들이대자 은행들이 기업들에 대출을 꺼리고 있습니다.
한국 사람(금융기관)의 건강 기준이 미국사람의 그것과 꼭 같아야 한다는 보장은 없는데도 말이죠.구조조정 과정에서 신용경색이란 악순환이 거듭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기업들이 파산하면 은행도 망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한은 총재 시절 유난히 저금리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는데.
"고금리는 경제를 망치는 지름길입니다.
IMF가 한국에 고금리 처방을 내린뒤 멀쩡하던 우량 기업들도 쓰러져 나가는 현상을 보지 않았습니까.
선직국들이 저금리 정책에 따라 꾸준한 생산확대가 이뤄지도록 자본비용을 최대한 낮은 수준에서 유지하고 있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저금리의 병폐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저비용 자본에 대한 철학은 오랜 전통입니다.
산업혁명의 태동기에 살았던 셰익스피어도 그이 소설 "베니스의 상인"에서 이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샤일록과 같은 고리대금업자가 착취하는 높은 이자율은 슘페터 정신으로 무장한 기업가들에겐 약탈행위에 다름 아닙니다.
셰익스피어는 소설을 통해 기업도산을 막고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선 고금리의 폐해가 최소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던 겁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더 내려야겠군요.
"그렇습니다.
산업혁명의 성공을 위해 필요했던 저비용 자본에 대한 요구는 통화발행권을 가진 영란은행의 설립으로 충족됐습니다.
은행권 발행비용은 단지 0.01%에 지나지 않습니다.
영란은행이 제공하는 자본은 상업은행들을 통해 연2~3%의 저금리로 능력있는 기업가들에게 종잣돈으로 대출됐습니다.
그 돈은 생산활동의 양분으로 주입돼 국부를 창출했습니다.
인류의 3대 발명품중 불과 바퀴 다음으로 중앙은행이 꼽히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경제전반에 개혁에 대한 피로감이 쌓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4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1인당 생산액이 82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가난했습니다.
봄보리를 수확하기 전에 많은 농부들은 가족에게 먹일 소나무 껍질을 벗기기 위해 산으로 올라가곤 했습니다.
근면하고 강인한 국민정신과 용기덕택에 61년 4천1백만달러였던 수출이 97년엔 1천3백60억달러로 늘었습니다.
근러나 선진국의 문턱에서 IMF체제란 좌절을 맛봤슴니다.
이제 구조조정에 대한 접근법을 재검토해 경제전반에 건전한 패러다임을 뿌리내려야 합니다. IMF제제 3년차를 맞아 정부와 국민 모두 새출발하는 각오로 임해야 합니다"
정리=유병연 기자 yooby@ hankyung.com
<>1923년 생
<>국민대,미국 아메리칸대 경제학과 졸업
<>니혼대학교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이사
<>국제경제연구원장
<>산업경제기술연구원장
<>아시아경제연구원장
<>중소기업은행장
<>한국수출입은행장
<>산업연구원장
<>대우증권 고문
<>수출입은행 동우회 회장(현)
<>주요저서: 성장과 발전,북방총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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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대란에 이어 은행 파업을 둘러싼 노정갈등이 일촉 즉발의 국면으로 치달으면서 금융대란을 예고하고 있다.
금융구조조정도 벽에 부닥쳤다.
일부 사업장 노조는 사용자를 감금하고 폭행하는 사태를 빚기도 했다.
법질서는 실종되고 경제 사회전반에 걸쳐 집단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부는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채 원칙없는 행동과 잦은 말 바꾸기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자금경색이 한 고비를 넘겼다지만 중견기업들은 여전히 신용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기가 둔화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일부 사회계층의 낭비는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한국경제신문은 경제 사회의 난맥상을 헤쳐나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하기 위해 분야별 원로들과의 시리즈 대담을 마련했다.
그 첫회로 박성상 전 한국은행 총재를 고광철 경제부장이 만나 금융불안의 원인과 처방에 관해 들어봤다.
박성상 전 한국은행 총재가 한국금융에 대해 내리는 진단은 명쾌하다.
최근 한국경제의 불안은 금융시스템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취약성이 치료되지 않은데 따른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금융 구조조정을 추진하더라도 고용 안정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국태민안의 미학을 역설했다.
그는 "세계 어느나라에도 금융파업은 유례없는 일"이라며 노조의 자제를 당부하면서도 일자리를 잃을 것을 우려하는 노조원들의 불안을 정부도 어느 정도 감안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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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금융불안 원인과 처방 ]
<> 만난사람 =고광철 경제부장
-은행노조의 총파업 계획으로 금융시장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세계 어느나라에서도 금융노조가 전면적인 파업에 나서 금융기능이 마비된 일은 없었습니다.
경제의 혈맥인 금융이 멈추면 경제전반에 깊은 주름이 패입니다.
정부와 노조가 한발씩 물러나 파업사태만은 막아야 합니다"
-파업의 불씨는 어디에서 비롯됐다고 보십니까.
"정부와 노조 모두에게 이유는 있습니다.
정부는 구조조정을 통해 은행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명분을 내걸었습니다.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금융계 직원들은 고용 불안에 떨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동료들의 3분의 1이 잘려 나가는 광경을 목격한 그들입니다.
방향이 옳아도 국민생활에 불안감을 키우는 정책은 환영받지 못합니다"
-정부 경제팀이 말을 바꿔 시장의 신뢰를 잃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가 조급증에 걸려 있습니다.
정부는 국민이 편안해야 나라가 태평하다는 진리를 명심해야 합니다.
잘 만들어가는 것도 좋지만 국민들을 편안하게 해줘야 합니다.
정책이 국민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면밀하게 파악한 뒤 시행해야 합니다"
-구조조정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영국의 예를 들어 보죠.영국은 한때 12진법을 썼습니다.
12페니가 1실링이었죠.얼마나 복잡합니까.
10진법으로 바꾸는게 불가피했습니다.
하지만 10년을 잡았습니다.
장기계획에 따라 점진적인 화폐개혁을 택한 것이죠.한꺼번에 모든 것을 고치려다가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수 있습니다"
-올들어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어긋난 금융제도가 주범입니다.
금융의 일차적인 책무는 국민의 금융재산을 건전하게 관리하는데 있습니다.
또 그 돈이 꼭 필요한 생산활동에 흘러들어 국민경제가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금융환경이 아무리 바뀌어도 만고의 진리입니다.
이같은 선순환을 만들기 위해선 건전한 금융제도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특히 국민의 재산을 건강하게 관리하기 위해선 건전한 융자제도가 뿌리내려야 합니다"
-97년말 금융위기도 부적절한 대출관행에서 비롯된 것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특히 제2금융권이 문제였죠.은행예금은 상대적으로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쳐 대출됩니다.
반면 제2금융기관들은 90년 이래 정부의 금융자율화 정책에 따라 눈을 감은 채 융통어음 한장만으로 수조원의 대출을 내줬습니다.
대신 2% 가량 더높은 이자를 챙겼죠.위험이 수반된 이같은 융자관행이 경제전체를 부실덩어리로 만들었습니다"
-IMF체제 이후 금융제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IMF는 구조조정 과정을 통해 금융시장 상황이 안정돼가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취약성은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는 게 저의 견해입니다.
중병을 앓고 있는 환자(부실금융기관)에 1백조원이 넘는 진통제(공적자금)를 투입해 금융시장의 일시적인 고통을 치유했을 뿐입니다"
-근본적인 처방은 무엇입니까.
"불건전한 돈으로 부실 융자를 하지 못하도록 은행중심의 금융 패러다임이 뿌리내려야 합니다.
융자심사를 엄격히 하는 곳은 은행입니다.
제2금융권은 그 일을 제대로 하기가 어렵습니다.
외환위기 전엔 전체 예금중 60%가 종금사 보험사 증권사 같은 제2금융권에 몰려 뒤따른 위기의 불씨가 됐습니다.
은행중심의 건전한 금융제도를 도입한다고 하면 금융산업노조들도 좋아할 겁니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작업이 겉돌면서 해당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기업이 돈을 너무 많이 빌려 경제위기를 초래했다고들 말합니다.
오진입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제도가 잘못된데 있었습니다.
기업은 벤처사업가들의 속성을 갖고 있습니다.
모험을 택하기 마련입니다.
눈에 보이는 돈은 모두 빌려 사업을 하고 싶어 합니다.
돈이 없던 개발연대시절엔 더욱 그랬죠.그걸 못하도록 하는 게 제도입니다.
왜 운전자들에게 안전벨트를 착용하라고 합니까.
제도로 국민 생명을 지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금융시장의 안전벨트 역할을 할 수 있는 금융제도를 확립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예금자 보호한도 축소조치를 놓고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내년 1월부터 예금자 보호한도가 2천만원으로 줄어드니까 예금주들은 안전성을 따집니다.
때문에 돈이 제2금융권에서 빠져나와 은행으로 들어갑니다.
종금사 신용금고 등 은행보다 신뢰가 낮은 금융기관들은 난리입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늦출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국민 세금으로 파산 금융기관 예금 모두를 갚아주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습니다"
-금리가 연중 최저치 경신행진을 거듭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돈가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돈이 돌지 않아서 생긴 일입니다.
은행들에게 BIS(국제결제은행) 비율이란 획일적인 잣대를 들이대자 은행들이 기업들에 대출을 꺼리고 있습니다.
한국 사람(금융기관)의 건강 기준이 미국사람의 그것과 꼭 같아야 한다는 보장은 없는데도 말이죠.구조조정 과정에서 신용경색이란 악순환이 거듭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기업들이 파산하면 은행도 망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한은 총재 시절 유난히 저금리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는데.
"고금리는 경제를 망치는 지름길입니다.
IMF가 한국에 고금리 처방을 내린뒤 멀쩡하던 우량 기업들도 쓰러져 나가는 현상을 보지 않았습니까.
선직국들이 저금리 정책에 따라 꾸준한 생산확대가 이뤄지도록 자본비용을 최대한 낮은 수준에서 유지하고 있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저금리의 병폐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저비용 자본에 대한 철학은 오랜 전통입니다.
산업혁명의 태동기에 살았던 셰익스피어도 그이 소설 "베니스의 상인"에서 이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샤일록과 같은 고리대금업자가 착취하는 높은 이자율은 슘페터 정신으로 무장한 기업가들에겐 약탈행위에 다름 아닙니다.
셰익스피어는 소설을 통해 기업도산을 막고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선 고금리의 폐해가 최소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던 겁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더 내려야겠군요.
"그렇습니다.
산업혁명의 성공을 위해 필요했던 저비용 자본에 대한 요구는 통화발행권을 가진 영란은행의 설립으로 충족됐습니다.
은행권 발행비용은 단지 0.01%에 지나지 않습니다.
영란은행이 제공하는 자본은 상업은행들을 통해 연2~3%의 저금리로 능력있는 기업가들에게 종잣돈으로 대출됐습니다.
그 돈은 생산활동의 양분으로 주입돼 국부를 창출했습니다.
인류의 3대 발명품중 불과 바퀴 다음으로 중앙은행이 꼽히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경제전반에 개혁에 대한 피로감이 쌓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4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1인당 생산액이 82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가난했습니다.
봄보리를 수확하기 전에 많은 농부들은 가족에게 먹일 소나무 껍질을 벗기기 위해 산으로 올라가곤 했습니다.
근면하고 강인한 국민정신과 용기덕택에 61년 4천1백만달러였던 수출이 97년엔 1천3백60억달러로 늘었습니다.
근러나 선진국의 문턱에서 IMF체제란 좌절을 맛봤슴니다.
이제 구조조정에 대한 접근법을 재검토해 경제전반에 건전한 패러다임을 뿌리내려야 합니다. IMF제제 3년차를 맞아 정부와 국민 모두 새출발하는 각오로 임해야 합니다"
정리=유병연 기자 yooby@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