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하이테크 주가조작 사건은 몇몇 작전세력이 서로 짜고 주가를 끌어올렸던 이전의 주가조작 사건과는 기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투신과 투신운용의 유명 펀드매니저가 기업의 대주주와 결탁해 그것도 고객의 돈을 이용해 주가를 띄웠다는 점에서 증권시장에 상당한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또 소문으로만 나돌던 코스닥 신규등록 기업의 주가조작이 사실로 확인됐다는 점에서 공모주 시장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주가조작 사건의 충격은 4일 곧바로 나타났다.

이날 오름세로 출발한 주가는 세종하이테크 사건이 전해진 뒤 급락세로 돌아섰다.

금융시장의 안정과 함께 회복의 기미를 보이던 증시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투자자들의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증권업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펀드매니저와 투신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 대형 투신의 한 관계자는 "펀드매니저들이 특정회사 대주주와 짜고 주가를 조작했다는 사실을 고객들이 어떻게 보겠느냐"며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번 사건이 진정돼 가고 있는 수익증권 환매를 자극, 간접투자자금의 이탈로 확대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것.

세종하이테크 사건은 또 앞으로 코스닥 시장에서 신규 등록되는 기업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공모주 청약을 마치고 신규등록 기업들의 주가는 대부분 상한가 행진을 벌이며 천정부지로 치솟는 사례가 많았다.

일부 세력이 작전을 하지 않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일반적으로는 ''신규등록 프리미엄''으로 치부하며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세종하이테크 사건으로 신규등록 종목의 주가조작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신규상장 주식의 상한가 행진이 단순히 ''프리미엄'' 때문만은 아니라는게 확인된 것.

세종하이테크의 경우는 작년 12월14일 공모가인 5천원(액면가 5백원)으로 코스닥매매를 개시했다.

상장직후 13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후 잠시 조정양상을 보이다 1월말의 1만1천원 수준이었던 주가는 3월말엔 3만3천원선으로 3배로 됐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년 초까지만 해도 신규상장 종목들에선 세종하이테크와 같은 폭발적인 주가 상승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며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세종하이테크 사건으로 신규상장 종목의 프리미엄이 의심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신규상장 종목의 주가급등을 기대하고 수많은 소액투자자들이 모이는 코스닥 공모주 청약은 물론 해당기업의 등록후 주가도 적잖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증권업협회 관계자는 "세종하이테크로 검찰의 주가조작 조사가 끝나면 다행이지만 제2, 제3의 사건이 터지면 증권시장은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향후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홍모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