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 대로 의약분업은 시행되자 마자 "소화불량"을 빚었다.

의약분업이 첫 시행된 1일과 2일 일부 종합병원들은 외래환자에게 원외처방전을 발행했으나 정작 약국에 약이 없어 환자들이 병원으로 되돌아오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일부 종합병원 의사들은 상품명을 영문으로 쓰거나 투약량을 소수점 이하 세자리까지 표시하는 등 처방전을 까다롭게 발행해 약국들이 애를 먹기도 했다.

이런 불편을 감안,종합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종전대로 병원에서 약을 달라며 원내처방전을 요구하기도 했다.

동네의원과 중소병원은 대부분 7월 한달이 계도기간으로 운용되는 점을 감안,외래환자에게 원외처방전을 발행하지 않았다.

이로인해 동네약국들은 종전 처럼 한산한 모습이었다.

<>종합병원과 주변약국=근처에 10여개의 조제전문약국이 있는 서울대병원은 지난 1일 외래환자 1천1백13명중 경증인 2백93명(24.5%)에게 원외처방전을 발행했다.

그러나 원외처방을 받은 환자중 40여명은 병원으로 되돌아오기도 했다.

인근 약국에 약이 없었거나 약사가 다른 약으로 대체조제를 하려해 되돌아온 경우가 많았다.

일부 환자는 약사가 해당 약품이 의료보험 적용이 되는 지를 모른다고 해 병원으로 약을 타러 다시 오기도 했고 주변 지리를 몰라 약국을 아예 찾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서울대병원 정문앞의 옥광약국은 이날 20여명의 환자중 보험카드가 없거나 약품미비에 따른 대체조제를 거부한 5명을 되돌려 보냈다.

이 약국의 김충용 약사는 "일부 제약회사들이 약을 공급하지 않아 처방약을 85% 정도만 갖춘 상태"라고 말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과 삼성서울병원 강남성모병원 등도 이날 일부 환자들에게 원외처방전을 발급했다.

이들 병원에서도 주변 약국을 찾았던 환자들이 약을 구하지 못해 병원으로 되돌아 온 사례가 발생했다.

경희대병원 이대목동병원 서울백병원 중대용산병원 한양대병원 등은 원외처방전을 권유하지 않았다 서울중앙병원은 인근 약국으로 처방전을 보내 미리 약을 조제해 두도록 하는 원외처방전발행기(키오스크)로 처방전을 발행했다.

환자들에게 약국의 지도를 주고 약국을 찾게 했으나 약국이 멀어 환자들의 불평이 적지 않았다.

<>동네의원과 주변 약국=중형병원이나 동네의원들은 거의 대부분 외래환자에게 원외처방전을 발급하지 않았다.

서울 창동 이비인후과 남모 원장(36)은 "복지부나 의사협회에서 원외처방전 양식 조차 받지 못했다"며 "주변 약국에 문의한 결과 약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 원내에서 약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중형병원과 동네의원들이 직접 약을 지급함에 따라 동네약국들은 원외처방전을 구경하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었다.

민병림 서울 강남구약사회 부회장은 "강남구의 약국 3백40여곳 가운데 지난 1일 원외처방전을 받은 곳은 역삼동의 신혜성약국 한곳으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동네 약국에는 평소 처럼 감기환자 등 가벼운 질환자가 병원에 가지 않고 약을 지으러 온 경우가 많았다.

<>도심 대형약국=대학병원 등에서 원외처방전을 받은 환자들이 서울 종로5갸 등의 대형 약국을 찾았으나 일부 약이 확보되지 않아 약을 주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

또 환자 대기실을 갖추지 않아 환자들이 기다리느라 불편을 겪기도 했다.

김도경.정종호 기자 infof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