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전격적으로 열린 김대중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간 영수회담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상생의 정치"를 본격화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날 회담에서 여야 영수는 빠른 시일내에 약사법을 개정키로 합의,의료계의 폐업사태를 진정시킴으로써 여야간 대화와 타협만이 꼬인 정국을 풀 유일한 길임을 보여줬다.

이 총재의 전격적인 제의로 이뤄진 영수회담에서 김 대통령과 이 총재는 각자의 입장을 고집하지 않고 한발짝씩 양보,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윈-윈 게임"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 대통령은 "7월1일 의약분업 전면 실시는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며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약사법 조기 개정의 길도 열었다.

당정 수습안을 의료계가 거부한뒤 강경대응 외에는 묘책을 찾지 못하던 정부.여당으로선 이번 회담을 통해 의료계와 대화할 계기를 마련하게 된 셈이다.

김 대통령은 "당정에 말해 약사법 개정안을 이번 임시국회 회기안에 처리하도록 하겠다. 사태가 원만히 처리될 수 있도록 야당도 도와달라"고 말해 이 총재와 한나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 총재도 "우리 당이 제시한 의약분업 6개월 연기가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으나 이를 고집하는 않고 "약사법 개정을 이번 임시국회안에 처리해야 사태가 수습될 것"이라는 대안을 제시, 대통령의 동의를 이끌어냈다.

이 총재는 또 "의료계나 약업계를 대변해서 (영수회담에) 나온 것이 아니라 국민의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는 사명감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해 책임있는 야당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심어주었다.

영수회담에 대해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과 권철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여야 영수가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특정 이슈가 있을 때마다 대화를 자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아 앞으로도 이러한 영수회담이 자주 열릴 것임을 예고했다.

앞으로 여야관계가 상생과 협력의 정치로 이어질 것임을 시사해 주는 대목이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