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이후...] '한국경제신문사 김영근 기자 방북 뒷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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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사 정치부 김영근 차장은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평양에서 열렸던 남북정상회담에 공동취재단의 일원으로 평양을 다녀왔습니다.
김 차장이 현지에서 보고 느낀 것을 방북 후기를 싣습니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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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새벽 0시10분 평양 고려호텔 3층.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이 남측 수행기자들을 상대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간에 마련된 "남북한 공동합의문"을 발표했다.
이를 감회어린 눈으로 지켜보던 남측 대표단의 한 관계자는 "평양에서 "남북화해의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앞으로 열매가 주렁주렁 맺히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남북한 당국자들이 해야 할 몫입니다"라고 말했다.
남측 기자의 정상회담 취재를 "지원"하던 북측 안내원들도 같은 말을 했다.
<> 이제 시작이다 =남북한 당국자들은 한결같이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열매" 맺도록 노력하자는 말을 했다.
구체적인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을 염두에 둔 말처럼 들렸다.
"이제 시작"이라는 얘기까지 했다.
13일 낮 평양 시내거리.
60여만명으로 추산되는 연도의 평양시민들은 "결사옹위"를 외쳐댔다.
"손님"을 맞는 환영객들의 구호로서는 적절치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이틀후인 15일 오후 3시.
김 대통령이 서울로 되돌아오기 위해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순안공안으로 향하는 연도에는 도착때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환송인파가 몰렸다.
그러나 "결사옹위"라는 구호는 싹 사라졌다.
"만세, 만세, 김정일 장군 만세"만이 울려퍼질 뿐이었다.
김 대통령이 평양에 체류했던 "52시간"이 가져온 작은 성과였다.
북한에 변화가 시작된 것일까.
북한 관영매체의 보도태도에도 미미한 "움직임"이 감지됐다.
북한 조선중앙텔레비전은 이번에 "김대중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처음으로 사용했다.
지금까지는 "남조선 집권자", 심지어는 "외세의 앞잡이" 등의 거친 용어를 사용하던 북한 관영매체들이다.
이보다 더 눈여겨 볼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세계 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한 점.
거침없는 김 국방위원장의 모습을 TV로 지켜본 시민들은 다소 의외라는 표정이었을 게다.
외국언론에 준 충격은 훨씬 컸던 것 같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김 국방위원장은 "외국 언론들이 나를 은둔자라고 부른다"면서 결코 은둔자가 아님을 강변했다.
김 국방위원장은 전세계에 모습을 드러내는 첫 무대라는 점을 의식해 "가벼운 화장"을 했다는 후문이다.
2박3일동안 그를 직.간접적으로 지켜본 기자에게는 알려진 것보다는 합리성을 지닌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주었다.
<> 불신의 벽을 넘는다 =남북정상의 만남으로 남북관계는 이제 막이 올랐다.
아직도 남북한의 언론매체들은 물론이고 학자와 관리들도 냉전사고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북도 남도 상대편을 비판하는데 가차없던 관성이 오늘 현재도 지속되고 있다.
다행히 김 국방위원장은 북한의 전군에 남측 비방을 중지시키고, 김 대통령도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16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대북비방 중지를 지시했다.
남북한 정상들의 상대비방 지시가 55년의 관행을 일순간에 중지시켜 버린 것이다.
남북경협 활성화도 마찬가지다.
그동안은 투자보장협정이 없는 상태에서 교류를 해왔다.
이제는 본격적인 교류활성화를 위해 남북한간에 제도적인 틀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를 낙관하기 힘들다.
이번 남북정상회담 때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했던 김재철 한국무역협회장은 서울로 돌아오던 비행기속에서 "(방북기간) 역할이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등 경제단체들이 북측과 함께 구체적인 교류의 "토양"을 마련해야 한다.
또 어떤 형태로든 오는 8월15일 광복절 이전에 이산가족상봉이 이뤄진다.
하지만 북측이 주장하는 비전향 장기수석방 문제와 남측이 요구하는 납북어부의 귀환문제 등을 연계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이견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안내원들은 시간이 있을 때마다 "비전향 장기수를 왜 안풀어 줍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남북 양쪽중 하나라도 "통 크게" 나오지 않는다면 결과가 흐지부지 될 가능성이 있다.
기다림과 인내가 필요한 사안이다.
남북한 당국이 통일문제의 자주적 해결과 연합제안(남측)-낮은 단계의 연방제(북측)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남북한 어느 한 쪽이 상대 체제의 자존심을 건드린다든가, 언론들이 상대쪽 지도자에 대한 인신공격을 한다면 막 움트던 "화해의 싹"은 뭉개지고 말 것이다.
<> 아직은 어색하다 =북측은 평양을 방문한 남측 대표단을 성의껏 대해줬다.
남측 취재진이 묵었던 평양 고려호텔측은 숙박비(하루 1백50달러 상당)를 내려하자 "통일사업에 나선 남측 대표들의 숙박비를 받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남측 취재진에게 제공된 방도 디럭스급이었다.
평양 시내 곳곳에서 손님을 맞기 위한 북측의 노력이 눈에 보였다.
김 대통령 내외와 대표단 일행이 묵었던 백화원 영빈관도 예외는 아니었다.
옥류관 만수대의사당 등 남측 대표단이 방문하거나 묵는 곳은 최상의 ''상태''였다.
북한 ''여자마라톤 영웅'' 정성옥(26)씨.
그는 지난 13일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만찬에 북측의 초청인사로 나왔다.
그는 옅은 보라색 한복을 입고 있었다.
정씨는 지난해 8월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마라톤에서 우승한 뒤 김 국방위원장으로부터 영웅칭호를 받았고 벤츠승용차와 대형 아파트도 선물받았다.
정씨는 진한 북한 어투로 "영웅은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도 영웅이 될수 있습니다. 남북통일을 위해 공헌하면 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분동안 얘기하는 동안 수차례 자신의 체제의 우월성에 대한 얘기를 빼놓지 않았다.
어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 남북 지도자들은 ''어린이 인사말''에 답해야 한다 =지난 14일 낮 평양 만경대학생소년궁전에서 열린 공연을 보고 나올 때 한 어린이(6살)의 작별인사가 잊혀지지 않는다.
그는 얼굴에 짙은 무대화장을 한채 "통일조국에서 만납시다"라고 말했다.
이 어린이는 자신이 속한 체제 아래서 어른들로부터 인사말을 배웠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남북한 당국자들이 이에 답해야 한다.
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
김 차장이 현지에서 보고 느낀 것을 방북 후기를 싣습니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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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새벽 0시10분 평양 고려호텔 3층.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이 남측 수행기자들을 상대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간에 마련된 "남북한 공동합의문"을 발표했다.
이를 감회어린 눈으로 지켜보던 남측 대표단의 한 관계자는 "평양에서 "남북화해의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앞으로 열매가 주렁주렁 맺히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남북한 당국자들이 해야 할 몫입니다"라고 말했다.
남측 기자의 정상회담 취재를 "지원"하던 북측 안내원들도 같은 말을 했다.
<> 이제 시작이다 =남북한 당국자들은 한결같이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열매" 맺도록 노력하자는 말을 했다.
구체적인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을 염두에 둔 말처럼 들렸다.
"이제 시작"이라는 얘기까지 했다.
13일 낮 평양 시내거리.
60여만명으로 추산되는 연도의 평양시민들은 "결사옹위"를 외쳐댔다.
"손님"을 맞는 환영객들의 구호로서는 적절치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이틀후인 15일 오후 3시.
김 대통령이 서울로 되돌아오기 위해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순안공안으로 향하는 연도에는 도착때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환송인파가 몰렸다.
그러나 "결사옹위"라는 구호는 싹 사라졌다.
"만세, 만세, 김정일 장군 만세"만이 울려퍼질 뿐이었다.
김 대통령이 평양에 체류했던 "52시간"이 가져온 작은 성과였다.
북한에 변화가 시작된 것일까.
북한 관영매체의 보도태도에도 미미한 "움직임"이 감지됐다.
북한 조선중앙텔레비전은 이번에 "김대중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처음으로 사용했다.
지금까지는 "남조선 집권자", 심지어는 "외세의 앞잡이" 등의 거친 용어를 사용하던 북한 관영매체들이다.
이보다 더 눈여겨 볼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세계 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한 점.
거침없는 김 국방위원장의 모습을 TV로 지켜본 시민들은 다소 의외라는 표정이었을 게다.
외국언론에 준 충격은 훨씬 컸던 것 같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김 국방위원장은 "외국 언론들이 나를 은둔자라고 부른다"면서 결코 은둔자가 아님을 강변했다.
김 국방위원장은 전세계에 모습을 드러내는 첫 무대라는 점을 의식해 "가벼운 화장"을 했다는 후문이다.
2박3일동안 그를 직.간접적으로 지켜본 기자에게는 알려진 것보다는 합리성을 지닌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주었다.
<> 불신의 벽을 넘는다 =남북정상의 만남으로 남북관계는 이제 막이 올랐다.
아직도 남북한의 언론매체들은 물론이고 학자와 관리들도 냉전사고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북도 남도 상대편을 비판하는데 가차없던 관성이 오늘 현재도 지속되고 있다.
다행히 김 국방위원장은 북한의 전군에 남측 비방을 중지시키고, 김 대통령도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16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대북비방 중지를 지시했다.
남북한 정상들의 상대비방 지시가 55년의 관행을 일순간에 중지시켜 버린 것이다.
남북경협 활성화도 마찬가지다.
그동안은 투자보장협정이 없는 상태에서 교류를 해왔다.
이제는 본격적인 교류활성화를 위해 남북한간에 제도적인 틀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를 낙관하기 힘들다.
이번 남북정상회담 때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했던 김재철 한국무역협회장은 서울로 돌아오던 비행기속에서 "(방북기간) 역할이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등 경제단체들이 북측과 함께 구체적인 교류의 "토양"을 마련해야 한다.
또 어떤 형태로든 오는 8월15일 광복절 이전에 이산가족상봉이 이뤄진다.
하지만 북측이 주장하는 비전향 장기수석방 문제와 남측이 요구하는 납북어부의 귀환문제 등을 연계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이견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안내원들은 시간이 있을 때마다 "비전향 장기수를 왜 안풀어 줍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남북 양쪽중 하나라도 "통 크게" 나오지 않는다면 결과가 흐지부지 될 가능성이 있다.
기다림과 인내가 필요한 사안이다.
남북한 당국이 통일문제의 자주적 해결과 연합제안(남측)-낮은 단계의 연방제(북측)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남북한 어느 한 쪽이 상대 체제의 자존심을 건드린다든가, 언론들이 상대쪽 지도자에 대한 인신공격을 한다면 막 움트던 "화해의 싹"은 뭉개지고 말 것이다.
<> 아직은 어색하다 =북측은 평양을 방문한 남측 대표단을 성의껏 대해줬다.
남측 취재진이 묵었던 평양 고려호텔측은 숙박비(하루 1백50달러 상당)를 내려하자 "통일사업에 나선 남측 대표들의 숙박비를 받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남측 취재진에게 제공된 방도 디럭스급이었다.
평양 시내 곳곳에서 손님을 맞기 위한 북측의 노력이 눈에 보였다.
김 대통령 내외와 대표단 일행이 묵었던 백화원 영빈관도 예외는 아니었다.
옥류관 만수대의사당 등 남측 대표단이 방문하거나 묵는 곳은 최상의 ''상태''였다.
북한 ''여자마라톤 영웅'' 정성옥(26)씨.
그는 지난 13일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만찬에 북측의 초청인사로 나왔다.
그는 옅은 보라색 한복을 입고 있었다.
정씨는 지난해 8월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마라톤에서 우승한 뒤 김 국방위원장으로부터 영웅칭호를 받았고 벤츠승용차와 대형 아파트도 선물받았다.
정씨는 진한 북한 어투로 "영웅은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도 영웅이 될수 있습니다. 남북통일을 위해 공헌하면 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분동안 얘기하는 동안 수차례 자신의 체제의 우월성에 대한 얘기를 빼놓지 않았다.
어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 남북 지도자들은 ''어린이 인사말''에 답해야 한다 =지난 14일 낮 평양 만경대학생소년궁전에서 열린 공연을 보고 나올 때 한 어린이(6살)의 작별인사가 잊혀지지 않는다.
그는 얼굴에 짙은 무대화장을 한채 "통일조국에서 만납시다"라고 말했다.
이 어린이는 자신이 속한 체제 아래서 어른들로부터 인사말을 배웠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남북한 당국자들이 이에 답해야 한다.
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